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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TV를 보다가 한 출연자의 말이 뇌리에 머문다. "나이든 사람은 딱 두 가지 유형이예요. `어르신`아니면 `꼰대`죠." 그의 말에 의하면 그 기준은 젊은이들을 이해하려 하느냐 아니면 가르치려고 하느냐는 것이었다. 기성세대로서 존경받는 삶이란 무엇일까 잠시 고민하게 됐다.

역대 최장 기간에 걸친 인생연구로 하버드대학교 조지 베일런트 교수의 성인발달연구는 아주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도 `행복의 조건`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는데, 지구상에서 가장 오랜 기간 진행된 종단연구로 무려 75년 동안 724명의 삶의 변화를 추적한 인생성장보고서이다. 1938년부터 워낙 긴 세월동안 연구가 진행되다 보니 현재는 이들 중 60여 명만이 생존해 있고 대부분은 90대라고 한다. 75년간의 연구에서 조지 베일런트 교수가 얻은 결과 중 가장 분명한 것은 `좋은 관계`가 우리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행복하게 늙어가기 위해서는 성인발달과정에서 단계마다 이뤄야 할 과업들이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은 기성세대들은 다음 세대를 배려하는 생산성을 발휘하고, 다음 세대에게 과거의 전통을 물려주는 의미의 수호자가 되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해 줄 수 있어야 하며, 개인의 삶은 물론 온 세상의 평온함과 조화로움을 추구해 통합이라는 과업을 이뤄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우리 세대는 이런 과업을 깊이 있게 생각하고, 이룰 수는 있을까 되묻게 되는 대목이다.

장기화된 사회의 불확실성으로 취업난을 겪고 있는 20-30대 청년층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그들을 이르는 신조어들은 절망스럽기까지 하다.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3포세대`에서, 내 집 마련과 인간관계를 포기한 `5포세대` 그리고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7포세대`, 최근엔 이 모든 것을 포괄하여 N(Number)가지를 포기한 세대로 `N포세대`까지 현재 청년층의 삶의 수준과 우리 사회의 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올해 우리 대전의 실업률은 4.4%, 청년층의 실업률은 전년대비 4.2%포인트 상승한 11.9%이다. 몇 해 전(2016년) 대전시가 제시한 청년세대 분석자료에 따르면 대전의 만34세 이하 청년 구직자 10명 중 3명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상관없이 42%가 월 150만-200만 원 정도의 임금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대전시 전체 청년 인구의 6.6%는 현재 구직 활동을 하고 있지 않거나 구직을 단념한 이른바 `니트(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족`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운의 꿈이라고 하기엔 너무 초라하다.

조지 베일런트 교수의 행복의 조건대로라면 우리가 이룬 사회 근간 위에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담은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꿈꾸는 세상을 위해 지금 보다 더 가까이 그들에게 귀 기울이고, 그들과 더 넓은 공감대를 키워야 한다.

지난해 2월에 대전시는 시민으로 함께 성장할 대전 청년의 삶과 문제에 관심을 갖고 청년정책네트워크를 구성하였고, 올해 8월에는 `함께하는 대전, 청년에서 청년에게로`라는 구호로 첫 번째 대전청년의회를 여는 등 청년들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정 당연하면서도 반가운 일이다. 부디 다음 세대를 배려하는 정책과 제도들을 지금보다 더 구체적이고 전략적으로 펼쳐야 한다. 법고창신(法古創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줘야 우리 청년들의 미래가 더욱 밝아지지 않겠는가. 그래야만 비로소 우리는 `꼰대`가 아닌 우리 사회의 존경받는 `멘토`로서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노년을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정관성 대전복지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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