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가 어려워지고 경쟁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어서 인지 요즘 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핫한 용어가 있다면 `대충 대충 살자` 이다. 젊은 사람들 중에 일부는 `대충 산다`는 것을 `쉽게 산다` 혹은 `막산다`로 잘못 생각하고 있는데 이점 또한 안타깝다. 20여 년 전 일본도 한국처럼 경제도 어렵고 경쟁사회가 심화됨에 따라 나타난 신조어로 `아침형 인간`과 `대충형 인간`이 있었다.

2002년 일본의 요리전문가 오시조노 토시코는 일본 TV "3분 요리 챔피언 선수권"에서 우승하게 된다. 우승의 이유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였다는 것이다. 그 후 토시코는 《대충형 인간의 요리기술》이란 요리책을 출간하게 된다. 이 책은 바쁜 직장인들에게 조리과정을 확 줄이되, 대충 만든 음식이라도 인스턴트 음식보다는 나아야 한다는 7가지 원칙 즉, `음식을 만들고 먹는데 기분에 솔직해야 한다. 과정을 생략해 맛있어야 한다. 도구는 하나만 사용해야 한다. 그날 다 먹는다. 몸에 좋아야 한다. 요리의 기존 관념을 버린다. 왕성한 실험정신을 발휘하고 즐거워한다.`를 담고 있다. 그 후 일본 사회는 "대충형 인간(ずぼら人間)"이라는 신조어가 탄생 되었으며 이에 따른 많은 관련 서적들이 나오게 된다.

이들 책을 보면 대충 이런 내용들이다. 지갑에 있는 돈은 다 써버리는 것이 습관인 연봉 2백80만 엔의 독신 남성은 가진 돈을 500엔짜리 동전으로 환전해 하나씩만 들고 다닌다. 이렇게 해서 그는 일 년에 1백50만 엔을 저금하는데 성공했다.

또 여행을 좋아하는 그러나 계산에 꼼꼼하지 않은 한 독신여성은 급여통장과는 따로 공과금을 자동 납부하는 통장을 만들어 통장에 매달 2만 엔씩 넣어두었다가 공과금으로 빠져나가고 남는 금액을 그대로 두었더니, 나중에 해외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대충형 인간이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삶을 살아 나갔더니 이로 인해 자신의 인생이 행복해지고 충만해졌다는 것이다. 한편 2003년 일본의 의사인 사이쇼 히로시가 그의 환자치료사례와 의학적 지식을 통해 쓴 《인생을 두 배로 사는 아침형 인간》이란 책도 출판되었다. 이를 통해 일본에서 `아침형 인간`이란 용어도 신조어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다. 그 책을 보면,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수면시간은 오후 11시부터 오전 5시로 정하고 아침에 할 일과 저녁에 할 일을 구분해서 하며 반드시 아침식사를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야근이나 저녁 술자리를 피해야 한다고 써 있다. 특히 아침에는 집중력과 창의력이 높아져 적은 시간으로도 큰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것을 목표로 하여 성취하려는 계획을 가진 사람들은 일찍 일어남으로 생긴 여유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침형 인간`은 자연의 리듬을 함께하는 사람이 되고 하루를 지배하는 사람이 되고, 자기의 인생을 다스리는 사람이 될 수 있고, 결국 진정한 건강과 행복을 누리는 사람이 되어 성공을 불러오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아침형 인간도 원칙을 가지고 삶을 살다 보니 성공적인 인생을 맛보게 된다는 것으로 대충형 인간과 삶의 방식만 다르다는 것이다.

10여 년 전에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명제에 일본처럼 `아침형 인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이후, 현재 한국에서 `대충 살자`란 용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대충사는 것이 말 그대로 대충 살거나 막살라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인류사적으로 볼 때, 대충 살고 막살아서 성공하고 행복한 사람은 없었음을 이해한다면 환경이 어려울수록 더욱더 원칙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원칙적인 삶을 산다는 것`은 아침형 인간이 되든 대충형 인간이 되든 어떤 방식을 택하던 "자신의 삶의 목적이 분명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실천적 노력이 있고 이를 통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명심했으면 한다.

전일욱(단국대 공공관리학과 교수) 백범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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