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역축제는 1000개 가량 된다. 지방자치제 시행 이후 지역축제가 우후죽순 생기다보니 소재가 같거나 유사한 경우도 즐비하다. 일반은 축제등급을 상세히 모르겠지만 매년 말 정부에서 예산·홍보를 지원하는 문화관광축제 80여개를 발표한다. 이에 해당되면 축제위상과 지원금 규모가 달라진다.

지역별 축제를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육성하기 위해 1996년 시작된 문체부의 문화관광축제 선정방식이 2020년부터 바뀔 예정이다. 현행등급제(유망-우수-최우수-대표축제)는 종료되고 빅데이터 기반의 정량평가 대한민국문화관광축제 인증제를 시행한다.

그런데 지역축제를 다녀보면 크기만 다른 종합선물세트 상자를 열어보는 느낌이 든다.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로 구색을 맞추기는 했으나 딱히 구별되는 콘텐츠를 찾을 수 없다. 주요 원인은 축제의 핵심요소인 정체성과 비전이 모호한 가운데 경쟁적으로 난립한 까닭이다. 지역을 기초로 문화·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아이디어와 체계적 마케팅전략이 부족한 것도 한 몫을 한다.

문체부는 이러한 문제해결과 지역별 차별화·전문성 제고를 위해 각 지자체가 의무적으로 축제업무 전담조직과 인력을 갖춰야 문화관광축제 인증신청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았다. 더불어 인기가 좋은 축제는 대한민국문화관광축제로 지정해 독일 옥토버페스트나 브라질 리우카니발 같은 세계적인 축제로 육성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보령머드축제와 진주남강유등축제는 외국인관광객이 16%를 넘을 정도로 국제적으로 인기가 높다.

충청권에는 관람객 120만 명의 천안흥타령춤축제가 문화관광축제부문 최우수축제 일몰제에 적용됐다. 이밖에 논산강경젓갈축제, 부여서동연꽃축제, 대전효문화뿌리축제, 서산해미읍성축제, 한산모시문화제, 대전국제와인페어, 공주석장리구석기축제, 세종축제, 유성온천축제, 홍성역사인물축제 등 유수한 문화관광축제들이 전국적으로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모든 축제가 글로벌축제를 지향할 이유는 없다. 인증제에 속하는 축제는 신규 평가에 충실히 대비하면 된다. 이밖에 축제는 지자체가 앞장서 지역정체성을 지닌 관광콘텐츠로 성장 가능하도록 실질적으로 혁신하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임전배 천안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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