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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랑] 우리의 삶과 마을숲

2018-11-20 기사
편집 2018-11-20 08:5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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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라는 우리의 옛 속담을 보면 어쩌면 우리 민족은 오래 전부터 "과정(process)"을 그다지 중시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전국의 아파트 조경도 어린나무부터 고이 키울 생각은 하지 않고, 처음부터 큰 나무를 심어주면 입주민 모두 매우 좋은 아파트로 여긴다. 심지어 식물원이나 수목원을 조성하는 곳도 처음부터 큰 나무 심기를 매우 즐겨한다.

눈을 돌려 우리 주변의 숲을 보자. 아무리 아름답고 울창한 숲일지라도 어느 날 하루아침에 이룬 숲이 어디에 있는가? 어쩌면 인간은 말할 것도 없고 한 톨의 씨앗에서 비롯된 나무도 성장하면서 수많은 어려움을 겪기는 다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들이 자라는 과정을 보면 어느 한 과정을 결코 소홀히 넘기지 않고 우직하게 이겨왔음을 알게 된다.

흔히 매우 삭막한 곳으로 여기는 외국의 거대도시에는 조성한 목적은 서로 다르나, 잘 관리해온 숲이 의외로 많다. 예를 들면 미국 뉴욕의 한 복판에 있는 하이드 파크, 뉴욕식물원의 계류와 주변의 자연림, 일본 동경대학의 고이시가와대학식물원의 숲이나 북해도 삿포로시내의 북해도대학식물원의 숲은 대도시의 도심임에도 우리의 광릉숲과 견줄만하다. 특히 뉴욕식물원에 있는 계류와 숲은 흡사 백두대간의 자락에서 보는 것처럼 숲이 울창하고 맑은 물이 넘쳐 흘러서 심심산골에 있는 기분이다.

마을숲을 조성하는 일은 공장에서 벽돌을 찍거나 단기간에 건축하는 아파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며, 이를 같은 잣대로 여겨서는 안된다. 세계의 여러 선진국 중 숲을 아끼지 않은 나라는 없다라는 점에서 이들이 왜 이렇게 숲을 가꾸고 아끼는 지를 헤아려야 한다. 아무리 좋은 숲도 시간이나 과정을 무시하면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일찍이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일을 이룩한 위대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한국전쟁의 폐허에서 단기간에 이룬 경제성장, 세계사에서 그 사례를 찾기 어려운 국토의 산림녹화와 문맹퇴치는 우리 민족의 능력과 역량을 세계만방에 떨친 쾌거이다.

좋은 마을숲을 가지는 일은 대규모의 예산보다 그 중요성을 이해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일 때 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여기저기에서 마을숲을 만들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앞날이 그리 밝지 못함은 바로 과정을 경시하고 기다리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의 여러 사례처럼 우리민족의 우수한 능력을 이제는 우리의 미래세대에 물려줄 좋은 마을숲을 만드는데 쏟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용식 천리포수목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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