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포토클래스 '목련꽃 아래서' 사진전 개최
지금은 사진가와 사진평론가로 저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자리매김한 김광수, 이갑철, 진동선, 최광호 작가. 이들에게도 투박함과 서투름, 신선함과 맹렬함 혹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방황하던 처음이 있었다. 신열 앓듯 사진앓이를 했던 이들은 스무 살 무렵부터 친구였고 40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친구로서 사진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구름` 시리즈로 양명해진 김광수는, 그 작업으로 인해 `구름을 불러낼 줄도, 원하는 구름이 어디에 있는지도 아는` 작가라는 평을 들었다. 하지만 사진을 처음 시작한 초기에는 `벽`만 찍었던 그는 첫 개인전으로 `벽` 시리즈를 선보였다. 당시 작가는 "말하지 못하는 벽에 담긴 역사와 세월을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구름`에서부터 최근 전시작 `Fantastic Reality`에 이르기까지 긴 변모의 과정 속에서도 일관되게 이어진 것이 바로 그 사물의 형태와 작용에서 무언가를 읽어내려는 김광수 식 시선이다. `처음`은 `지금`과 이렇게나 닿아있다.
이갑철은 스무살 무렵의 본인 사진에 대해 "까르띠에 브레송과 게니 이노그랜드 등 대가들의 사진을 흉내 내며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다니던 사진과 학생의 사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오늘날 이갑철의 사진을 두고 `아름다운 거죽의 재현보다는 그 거죽 아래의 보이지 않는 어떤 힘과 기운을 끄집어내어 느끼게 해주는 데 진력한다`는 문화평론가 박명욱의 평처럼, 이갑철은 스무살 무렵부터 피사체 너머를 어렴풋하게 보고 있었다.
근원에 천착해 실험적인 작업을 해온 최광호 역시, 일찍부터 근원으로서의 자신과 주변부를 들여다보는 데 힘썼다. 인천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던 십대 시절, 사진이 좋아서 매일 사진기를 들고 부둣가 등지를 쏘다니며 찍은 사진들과 1978년도에 첫 개인전으로 선보인 `Self` 사진들은 누가 보아도 최광호의 `처음`이다. 그 무렵에 직접 인화한 빈티지 사진들 20여 점이 `목련꽃 아래서`를 통해 선보인다.
진동선은 현재 사진평론가로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그도 초창기 평론가이기 이전에 사진가였다. 그는 사진가이던 1980년대 초에 재개발지역을 포함한 일상의 풍경들을 사진에 담았다. 그렇게 탄생한 사진들은 "모든 존재는 존귀하며, 사진의 목적은 존재를 드러내는 데 있다"고 하는 그의 사진론과 연결돼 있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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