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동열 야구국가대표 감독이 지난 14일 끝내 스스로 물러났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예견된 수순이었다.

그러나 대부분 감독들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퇴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선 감독은 결이 다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지만 선 감독이 선수 선발 과정에서 일부 선수의 병역특례를 염두에 둔 선발 아니냐는 논란이 일면서 경기를 하기도 전에 소위 김이 샜다.

실업팀으로 구성된 대만과의 첫 경기부터 졸전 끝에 졌으니 비난의 화살은 오롯이 선 감독에게 집중 됐다.

특히 병역 특례란 국민들의 역린을 건드린 선 감독은 국정감사까지 불려나가는 수모를 겪었다.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10월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선 감독에게 "우승이 그렇게 어려운 것이라 다들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선 감독이 감독사퇴 기자회견에서 밝혔듯 손 의원의 이 발언은 사퇴결심을 확고히 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그의 억누른 감정이 묵직하게 전해졌다.

여기에 정운찬 KBO총재의 감독전임제에 대한 소신도 선 감독이 거취를 결정하는데 큰 역할을 했으리라 본다.

정 총재는 국정감사에서 손혜원 의원의 전임감독제와 경기별감독제에 대해 묻자 "전임감독제에 찬성을 하지 않는다. 전임감독제는 국제대회가 잦거나 상비군이 있으면 몰라도 전임감독제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전임감독제에 대한 총재의 생각을 비로소 알게 된 선 감독의 선택은 총재의 소신에 부합하는 일, 자진사퇴 밖에 없었다.

현장 출신이 아닌 학자·행정·정치가 출신인 KBO총재와 본질을 벗어나 망신주기식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국보급 투수, 한국시리즈 우승 감독 등 우리나라 야구에 누구보다 큰 족적을 남긴 그의 야구인생은 씻기 힘든 큰 흠집이 갔다.

그래도 그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그는 "우리시대 청년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했다. 병역 특례에 대한 시대적 비판에 둔감했다. 금메달 획득이라는 목표에 매달려 시대정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국민들에게 거듭 사과의 뜻을 사퇴문에 담았다.

그러면서 그는 "스포츠가 정치의 소비 대상이 아닌 정치와 스포츠는 분리돼야 한다"고 적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야구공을 만진 한국야구 거장의 마지막 이 말은 비록 순간 잘못된 선택으로 국민들의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우리 사회 고질적인 병폐를 지적한 것이라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박계교 지방부 서산주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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