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주변에서 들어보기 힘든 것 중 하나가 `계` 모임 아닌가 생각된다. 한때는 친목 도모를 겸한 쌈짓돈 관리를 위한 모임이기도 했고, 곗돈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는 목돈을 모으기 위한 제법 좋은 방편이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업이 발전함에 따라 예·적금 등 금융상품이 그 자리를 대신했고, 친목 모임의 형태도 다양하게 변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특정 지역의 부유층을 대상으로 하는 일명 `부자계` 모임이 존재하고, 때로는 계모임이 좋지 않은 모습으로 변질돼 뉴스에 나오기도 하니 우리 국민들에게 `계` 모임이 갖는 남다른 의미가 결코 잊혀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 때문인지 `계` 모임의 성격과도 유사해 보이는 P2P(Peer to Peer)금융이 요즘 그 세를 확장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P2P연계대부업자의 대출 규모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인데 올 초 기준 2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자금을 필요로 하는 차입자와 여유자금이 있는 투자자를 직접적으로 연계해 중금리 기준으로 건전한 직접 금융 시장을 마련하겠다는 P2P금융의 도입 취지는 기존 제도권 금융기관의 틈새를 파고들 수 있는 좋은 모델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출 규모가 급속도로 늘어나자 기대했던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이 금융소비자를 위협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친목을 겸한 구성원 간의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형성된 `계` 모임조차 곗돈을 관리하는 계주에 대한 신뢰도가 가장 중요했듯이 P2P금융은 투자자와 차입자간 인적 네트워크가 전혀 없는 만큼 중간에서 이를 주선하는 P2P금융업자의 신뢰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지만 현재 국내의 P2P금융 업체는 대부분 영세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P2P대출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법적 근거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P2P금융업체와 연계된 연계대부업자를 통해 그 규모와 영업행태 등을 관리하고 있는 실정으로 법망의 사각지대에서 P2P금융업자들이 다양한 형태의 고위험 상품들을 금융소비자에게 판매하고 있다. 영세한 업체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부동산 PF투자를 소개한다든지 차입자와 P2P업자가 공모해 투자자를 처음부터 기망한다든지 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P2P금융을 통한 투자는 제도권 금융기관을 거래할 때와는 달리 금융소비자를 직접적으로 보호해 주는 기능이 없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결국 기본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기성세대가 서로를 잘 아는 구성원을 대상으로 계모임을 만들었듯이 P2P금융에 관심이 있는 금융소비자라면 우선 해당 업체가 등록된 업체인지부터 따져봐야 할 것이다. 금융위에 등록되지 않은 P2P 대출업체는 불법업체이므로 금감원의 파인 홈페이지(http://fine.fss.or.kr)에서 등록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보자. 또한 터무니없는 수익률을 약속한다든지 영세한 규모에 비춰 과도한 수준의 투자이벤트에 집중하는 업체라면 반드시 의심해 봐야 한다. 부동산 PF대출, 신기술 사업에 대한 투자 등은 모두 기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도 충분한 준비 없이 선뜻 투자할 수 없는 사업영역들이다. 하물며 P2P금융업체가 이런 사업에 대한 투자를 빌미로 투자자를 모집한다면 투자안을 충분히 관리할 수 있는 역량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지부터 의심해야 한다. P2P금융협회에 가입한 P2P 업체는 `P2P 대출 가이드라인`에 따른 점검결과를 공시하고 있으므로 건전영업 여부를 확인 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성세대 등에 자리 잡고 있는 계모임에 대한 인식으로 인해 P2P금융이 금융소비자 속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업체가 약속하는 장밋빛 수익률에만 현혹되어 투자하는 우를 범하지 말고 기본부터 충실히 따져보는 금융소비자의 자세를 기대한다.

한윤규 금융감독원 대전충남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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