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에 소속돼 고정 고객이 생기고 작품의 판매가 생계를 책임져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것은 극히 소수 작가들의 이야기일 뿐이다. 많은 작가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혹은 작품을 제작하기 위한 재료비를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다른 수단을 찾는다. 운이 좋으면 미술 관련 일을 하기도 하고 학교나 아트센터 혹은 미술관에서 맡은 강의로 수입이 생기는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이다. 작품의 판매가 더 이상 생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에 이르기 전까지 대부분의 작가들은 작가생활과 생계를 구분해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전시 기회 제공 혹은 작가를 위한 지원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모든 작가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경쟁을 통과한 소수의 작가들만이 지원을 받고 있을 뿐이다.

생계를 위한 일을 하다 보면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보내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할 때가 있다. 전문적인 일 두 가지를 해낸다는 것은 쉽지 않고, 비전문적인 일을 하기에 시급은 너무 적으니 일정 수준의 수입을 위해 소비하는 시간이 많은 것이다. 그래서 최악의 경우에 작가는 작업을 포기하기도 한다.

상황은 이렇지만 어떤 작가는 작품의 리서치와 생계를 동시에 해결하기도 한다. 작업의 기반이 되는 사람들과 같이 생활하며 그들의 생계수단을 함께 나누고 그들과 함께한 모든 순간들은 작가에 의해 정리돼 작품으로 변환된다. 작가의 작업 방식이나 소재에 따라 불가능한 방식이기도 하지만 동일한 품을 들이면서도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 영리한 방법이다.

그렇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작가 자신만을 생각했을 경우다. 부양가족이 있거나 가족구성원 안에서 작가의 위치, 역할에 따라 또 달라진다.

창작에 대한 열정과 의지, 많은 노력이 있지 않고서는 작가라는 이름을 유지하기 어렵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과 요구되는 것들의 양은 상상 이상이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작품을 만들기 위해, 작가로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든 동료 작가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민예은 시각예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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