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원예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회원들 / 사진=대전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제공
대전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원예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 중인 회원들 / 사진=대전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제공
17살에 어린 나이에 호기심으로 처음 술을 접한 김모씨. 김씨는 성인이 된 이후 스트레스가 쌓일 때마다 습관적으로 술잔을 기울였다. 한잔이 한병이 됐고, 한병은 수십병으로 늘어나 술을 마시지 않고서는 하루를 견딜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알코올 중독자로 낙인 찍힌 후 그는 직장도 잃고 가정도 파탄났다. 주변의 권유로 대전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치료를 시작했지만 이마저도 오래 가지 않았고, 다시 술을 입에 댔다.

김씨는 "이젠 술을 끊고 싶어도 내 의지로는 가망이 없다"며 "타 지역처럼 알코올 중독자를 위한 전문 시설이 대전에도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음주폐해예방 실행계획의 일환으로 알코올 중독자들을 위한 시설 확충을 발표했지만 대전에서는 알코올 중독자 치료를 위한 전문치료센터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에는 대전한일병원 등 7개의 알코올중독 의료기관과 3개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29개의 정신재활시설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다양한 정신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곳으로, 알코올 중독자만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시설은 아니다.

대전시 지역사회 건강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대전에서 한달에 1회 이상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사람의 비율은 61.9%로 지난 2015년 60.7%에서 꾸준히 증가해왔다. 대전지역 성인 10명 중 6명은 한달에 1회 이상 술을 마신 셈이다.

알코올 질환 전문가들은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전문 기관을 내방해 상담 받고 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등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황의석 대전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장은 "혼자 힘으로 알코올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중독회복관련 기관을 방문해 중독을 자각하고 동기를 갖고 환경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에는 알코올 중독자 치료를 위한 전문치료센터가 없는데다, 일부 알코올 중독 치료 기능이 있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도 유성구와 중구에는 없어 치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현재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대덕구와 서구, 동구 3개 구에 존재한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현재 시에서는 타 시도에 비해 많은 수의 정신재활시설을 운영하고 있지만 알코올 중독 전문 재활시설이 없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에 연구와 검토를 통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중독 전문 재활시설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시는 이어 "유성구와 중구에 센터를 만들기 위해 복지부에 건의를 한 바 있다"며 "필요하다면 앞으로 자치구와 협의해서 센터 건립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13일 공공기관과 의료기관, 아동·청소년시설 등을 금주구역으로 지정하고 주류 광고시 `술을 마시는 행위` 표현을 금지하는 광고 기준 강화를 추진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음주폐해예방 실행계획`을 발표했다.김성준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대전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알코올 의존 치료 모임 중인 회원들 / 사진=대전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제공
대전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알코올 의존 치료 모임 중인 회원들 / 사진=대전서구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제공

김성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