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한파가 갈수록 심각하다 못해 아예 절망적이다. 사상 최악이라던 외환위기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10월 기준 실업자가 외환위기 이후 최대수준인 97만 3000명이나 됐다. 실업률 또한 1년 전보다 0.3%포인트 오른 3.5%로 13년 만에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인구 대비 취업자 수를 나타내는 고용률도 9개월째 하락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록을 세웠다. 정부가 엄청난 예산을 들여가며 각종 일자리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지표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연령대별 고용현황을 살펴봐도 별반 나아질 만한 게 없다. 30, 40대 취업자는 각각 13개월, 36개월 연속 내리막이다. 50대 역시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다. 한창 일할 연령대의 취업자 감소는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그나마 20대 취업자가 6만 1000명 늘어나 위안이 된다.

그동안 실업자가 최대라거나 실업률이 최악이라는 통계를 한두 번 접한 게 아니다.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제 국민들의 귀에 굳은살이 박일 정도가 됐다. 다음 달이면 좋아지겠지,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좋아진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고 갈수록 참담한 통계만 나오고 있다. 굳이 통계를 들먹이지 않더라고 국민들의 체감 지표는 이미 한겨울이다. 이러다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안 좋은 상황을 맞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민들이 기댈 곳은 정부와 기업이다. 상황이 이렇게 엄중한데도 정부와 기업은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 경제 활력을 위해 어떻게 좀 해봐야 되지 않겠는가. 아니면 국민들에게 애쓰는 시늉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정부도 고용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은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규제개혁 등 혁신성장 강화로 일자리 창출 여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말로만 외칠게 아니라 이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때가 됐다. 국민들 희망마저 사라지면 상황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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