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호 사진 특별기획전 '남겨진 것들 Left Behind'

나팔꽃, 북아현동(2015) / 사진=카이스트 제공
나팔꽃, 북아현동(2015) / 사진=카이스트 제공
박기호 사진 특별기획전 `남겨진 것들 Left Behind`가 내년 1월 18일까지 KAIST비전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된다.

박기호 사진가는 어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로드아일랜드 스쿨 오브 디자인 사진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 귀국해 20년간 국내에서 외신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비즈니스 위크`, `포춘`, `타임` 등 세계적 잡지와 다양한 대기업 광고 사진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작업했다.

박 사진가는 인물사진에 오브제를 덧붙여 3차원적 사진을 시도한 `Photography & Texture(2007)`, 재개발 지역의 빈집을 촬영한 `What we left behind(2016)`, `Silent Boundaries(2018년)` 등의 전시를 통해 저널리즘과 상업주의, 예술 분야를 섭렵하며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왔다.

이번 사진전은 박 사진가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철거를 앞둔 재개발 지역을 다니며 촬영한 연작으로, 서울 돈의문, 미아동, 북아현동 등 대도시 속 재개발 지역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냈다.

전시 제목인 `남겨진 것들`은 재개발로 인해 사람들이 떠난 후 남겨진 빈집 등 삶의 흔적들과 이제는 사람도 집도 마을도 사라지고 사진과 추억으로만 남겨진 것들을 의미한다. 재개발 지역의 사진을 단순히 시간과 공간에 대한 서사적 기록이 아닌, 옛 추억의 그리움과 정겨움을 서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어린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와 함께 금방이라도 뛰어 나올 것 같은 좁은 골목길, 서툰 솜씨로 이어 붙인 화려한 벽지와 그 위에 그려진 어린아이의 그림, 놀이터이자 보물창고였던 다락방의 모습에서 관람객은 각자의 관점과 경험을 토대로 남겨진 무언가에 대해서 어느새 스스로 화자가 된다.

또한 사진을 선명한 인화지가 아닌 한지에 담은 것도 매우 이색적이다. 이를 통해 한지의 은은한 색감과 질감을 통해 먼지가 켜켜이 쌓인 빛바랜 빈집을 생동감 있게 그리면서도 옛 추억의 정경을 표현하고자 했다.

박 사진가는 "공간과 마주하고 있으면 거짓말처럼 그 공간들이, 때로는 남아있는 사물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며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연출해서 만들어내는 것이 사진이라고 믿어온 내게 그들의 목소리는 전혀 새로운 발견이고 깨달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진의 주인공은 사진가가 아니다. 그것은 피사체이다. 사진가로 산 지 30년이 지나서야 나는 그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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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밖 소나무, 돈의문(2013) / 사진=카이스트 제공
창문 밖 소나무, 돈의문(2013) / 사진=카이스트 제공
춤추는 나비, 북아현동(2014) / 사진=카이스트 제공
춤추는 나비, 북아현동(2014) / 사진=카이스트 제공
박기호 창틀, 돈의문(2013) / 사진=카이스트 제공
박기호 창틀, 돈의문(2013) / 사진=카이스트 제공

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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