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이 보행 교통사고에 취약한 것은 시각, 청각, 근력 등 신체적 능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시력이 약해져 사물과 그 배경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 시야각이 좁아져 젊은 사람들이 보는 것만큼 넓게 보지 못한다. 청력이 약해져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 소리를 잘 듣지 못하기도 한다. 자동차가 다가오는 것을 인지하였다 하더라도 근력이 약해져 빨리 회피할 수 없다. 노인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70%는 평생 운전 경험이 없다고 한다. 자동차가 얼마나 빠른지 그 속도감을 잘 모르는 노인들이 많다고 추측해 볼 수 있다.
교통안전을 담당하는 정부 기관들은 노인 보행사고를 줄이기 위해 노인 시설을 방문하여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해오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노인을 대상으로만 안전교육을 실시하는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무단횡단을 하지 마시라고 교육받았다고 한들 다리가 불편하여 멀리 보이는 횡단보도 까지 돌아가는 것이 힘들다면 그 교육의 효과가 높지 않아 보인다. 길을 건너기 전에 좌우를 잘 살피시라고 교육받아도 시력과 청력이 좋지 못한 노인들은 자동차를 발견하지 못 할 수 있다. 도로를 횡단하려는 노인이 자동차가 오고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한 경우 정보의 비대칭에 의하여 사고 위험에 쳐해 질 수 있다. 노인의 신체적 능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운전자는 노인이 자동차를 인지했다고 생각하고 속도를 늦추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교통안전교육을 실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전자를 대상으로 노인의 특성을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운전 능력이 있는 사람은 노인에 비해 신체적 능력과 정신적 판단력이 비교적 높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운전자가 노인을 발견하고 사고를 회피하도록 교육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길을 건너려는 노인을 발견하면 노인이 자동차를 보지 못하였다고 가정하고 무조건 속도를 낮추어야 한다. 노인이 자동차를 한번 바라보았다고 하더라도 운전자는 노인이 자동차를 인지 못했다고 가정하고 운전에 주의해야 한다.
노인들은 우리나라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한 세대이며 자식들의 행복을 위해 많은 희생을 한 분들이다. 이들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지 않도록 젊은 세대가 보살핀다는 차원에서도 운전자가 노인의 교통 취약성을 이해하도록 교육시키는 제도와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우승국 한국교통연구원 보행·친환경개인교통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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