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가요제, 강변가요제, 대학가요제. 사십년 전 시작된 캠퍼스문화 대학가요제는 7080세대에게 어떤 의미였기에 문신처럼 남아 지워지지 않는가. 시대의 어둠과 슬픔이 관통했던 시절 통기타 생맥주 장발로 일탈했던 기억들이 아물지 않는 상흔처럼 아려온다.

해변가요제는 징검다리, 블랙테트라, 휘버스, 활주로, 라이너스, 제브라, 로커스트 등을 세상 밖으로 소환했고 강변가요제는 홍삼트리오, 해오라기, 건아들, 장남들, 손현희, 4막5장, 사랑의하모니가 별빛 되어 다가온다. 대학가요제는 샌드페블즈, 썰물, 심수봉, 김학래, 임철우, 정오차, 조정희, 유열, 그리고 무한궤도의 신해철이 샤우팅을 뿜어 낼 것만 같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카페에서 고즈넉이 기타 치는 가수를 우연히 만난다면 운수 좋은 날이겠다. 스타와 팬의 만남이기보다 오랜 친구와의 해후처럼 덥석 손잡으면 더없이 행복하겠다. 함께 나이 들어가는 그 눈가 잔주름이 잠시 측은해 보여도 반가울지언정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으리라.

자신들만의 문화다운 문화를 오롯이 경험하지 못한 지금 예순 살 안팎의 대한민국 베이비부머세대에게는 열정을 발산할 신박한 문화 분출구로 가요제가 필요했었다. 시류가 답답할 때 `나 어떡해`를 외치고 세태가 원망스러울 때 `바윗돌`을 부둥켜안아 작은 위안을 삼기도 했다. 그럼에도 낭만이었던 각종 가요제가 하나씩 소멸되는 상황을 속절없이 지켜볼 뿐이었다.

길보드차트를 주도하던 카세테이프 판매상 손수레와 대로변 레코드가게마저 사라진 어스름에 건아들의 노래가사를 조용히 되뇌어본다. "내 사랑하는 그대여 정말 가려나 내 가슴 속에 외로움 남겨 둔 채로~ 그대로 그렇게 떠나간다면 난 정말 어찌하라고 그대로 그렇게 떠나간다면 난 정말 울어버릴걸 오 그대여 이 한마디 잊지 말아요 나는 오직 그대만을 사랑한다는 걸"

레코드 장에서 가요제 재킷 한 장을 꺼낸다. 손때 묻은 낡은 표지라 친숙하다. 스프레이를 준비하고 턴테이블에 음반을 올려놓는다. 먼지 쌓인 엘피판을 긁으며 돌아가던 카트리지 바늘은 오늘도 사각거리며 무어라 속삭인다.

임전배 천안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