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지하철 크기는 얼마나 되요? 지하철은 버스처럼 생겼어요?"

지하철을 타고 현장체험학습을 가는 중, 한 학생이 질문한 내용이다. 너비와 높이를 가늠해 일러주고, 기차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부분도 있다고 모형으로 살펴보자 했지만 학생의 궁금증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은 지하철에 우리 학생들이 타면 사람들의 시선은 학생들에게 집중된다. 자리를 양보해주시는 고마운 시민들도 있지만 시각장애인 흰 지팡이로 발이라도 잘못 건드리면 버럭 화내시는 분도 있다. 사람이 많고 계속 움직이는 지하철 안에서 우리 학생들이 지하철의 모습과 구조를 직접 만져보면서 다닌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지난 여름, 대전도시철도공사에서 시각장애학생을 위한 지하철안전체험을 해보겠냐는 연락이 왔다. 심지어 지하철을 우리만 이용하면서 내부도 모두 만져볼 수 있다고 한다. 필자는 어린아이 마냥 신이 났다. 해보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일인데 이런 좋은 기회가 생기다니. 기쁜 마음으로 도시철도 안전체험을 신청하게 됐다. 도시철도공사는 시각장애인의 안전체험 활동은 처음이라며 체험활동을 할 때 주의해야 할 것과 사전에 준비되어야 하는 사항들을 물어보시며 꼼꼼하게 준비해주셨다.

드디어 안전체험 날이다. 지하철을 직접 만지며 체험한다는 사실에 우리 학생들은 매우 들뜬 듯 했다. 우리는 지하철 대합실에서 비상 상황 시 착용하는 화재대비 마스크 착용법을 알아보고 직접 마스크를 착용해 본 후 지하철에 탑승했다. 비상 호출 버튼의 위치를 찾아서 직접 버튼을 눌러 도움 요청 하기, 열차 출입문 수동 개폐하기를 해보았다. 지하철의자와 손잡이를 직접 만져보기도 하고 임산부 전용 좌석도 확인했다. 지하철의 맨 앞부분에서 끝까지 걸으면서 전체 길이를 알아보며 지하철을 몸소 느끼고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사다리를 밟고 선로 탈출을 할 때는 무서웠을 것임에도 용감하게 참여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지하철 역사에는 잘돼있는 시각장애인 점자 블럭과 점자 표기가 지하철 안에는 없는 것이다. 수동개폐장치를 찾을 때에도 위치를 알 수 있는 단서(랜드마크)가 없어 찾기에 조금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점들만 조금 보완 한다면 시각장애인들도 일상생활에서 좀 더 편리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시각장애 학생들에게는 생활 속의 작은 경험 하나도 매우 소중하다. 경험이 모여 앞으로 살아갈 때 지혜가 되고 지식이 되며 삶의 디딤돌이 된다. 이번 도시철도 안전체험열차 경험도 그 디딤돌 하나를 쌓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됐다. 안전에는 장애, 비장애인의 구분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이번 안전체혐 열차를 통해 장애가 있는 우리 학생들이 도시철도를 이용할 때 위급한 상황에 직면하더라도 스스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자신감을 가졌으리라 본다. 앞으로도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여러 교통약자들에게 이러한 체험의 기회가 지속적으로 제공되어 모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도시철도를 이용할 수 있길 바란다.

송비정 대전맹학교 시청각장애교육지원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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