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 동구 대전역 앞, 한 노숙인이 거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대전시 동구 대전역 앞, 한 노숙인이 거리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지난 11일 오후 9시 대전 선화동의 한 다리 밑. 박스를 깔고 앉아 칼바람을 피하고 있는 A(40대)씨. 얼마의 계절을 보냈는지 모를 낡고 때가 찌든 점퍼와 구멍 난 장갑, 일용직 노동자들이 신는 안전화만이 그의 몸을 보호하고 있을 뿐이었다. 지난 해 3월 거리에 나온 A씨의 노숙생활도 어느 덧 1년 반이 넘어가고 있었다.

추운 날씨만큼 타인에 날선 경계를 내보였던 그는 대화 몇 마디에 감정을 풀었다.

A씨를 거리로 내 몬 건 그가 살아온 환경이었다. 그는 "그저 가난한 집에 태어나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변변한 직장 없이 일용직을 전전하다보니 거리로 내몰리게 됐다"고 말했다.

입동이 지나고 겨울이 다가오면서 거리를 떠도는 노숙인에게 관심과 지원의 손길이 요구되고 있다.

12일 대전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대전지역 노숙인는 293명이다. 2014년 359명에서 18%가 줄어든 수치이지만 여전히 매년 300명 수준을 웃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숙인들이 사업 실패 등으로 떠밀려 거리로 나오거나 자활 의지가 부족하다는 사회적 편견과는 달리 애초부터 가진 것이 없는 극빈층에 속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한다.

김의곤 대전노숙인종합지원센터 소장은 "노숙자들은 인적, 물적 자원이 약한 사회적 약자로서 일반적인 경제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에 비해 가진 것이 쉽게 소비돼 노숙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다"며 "단지 집이 없는 이유만으로 본인이 가져야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소장에 따르면 매년 대전노숙인센터에 등록되는 150-200여명의 노숙인 가운데 80% 가량은 직업과 주거 지원을 받으면 거리생활을 청산한다. 노숙인들에 대한 작은 지원만으로도 자립의지가 길러져 탈노숙으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대전시는 최근 동절기 노숙인 보호대책을 수립하고 5개 자치구와 함께 공동 대응에 돌입했다.

노숙인 밀집지역의 노숙인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현장대응팀을 구성해 24시간 상담활동으로 입원치료와 운영 중인 6개 노숙인 시설에 입소를 유도하고, 동사예방을 위해 핫팩 등 보온물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시설 입소를 거부하는 거리노숙인에 대해서는 1인 월 30만원, 가족이 있는 경우 월 75만원 최대 3개월까지 지원해주는 임시주거지원사업도 진행한다.

시 관계자는 "노숙인은 주거를 제공하는 등 환경을 바꿔주면 대부분 바뀐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일을 하는 등 노력을 많이 한다. 기관, 단체 등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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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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