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년 남한과 북한이 각각 정부 수립을 한 이후 70년 동안 요즘처럼 남북관계가 좋았던 적은 없었다. 잠시 화해의 무드가 조성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좋은 관계가 유지된 적은 없었다. 남과 북이 이처럼 좋은 관계를 이어가다보니 온 국민이 모처럼 안도하는 분위기를 보인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동해상에 수시로 장거리 미사일이 발사되고 미국과 북한의 불편한 관계가 이어져 온 국민이 불안에 떨던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평화무드 그 자체이다.

남과 북이 어색한 관계를 청산하고 본격적인 화해의 손을 내민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시작됐다. 올림픽을 계기로 일부 종목에서 단일팀이 꾸려져 올림픽에 출전하는가 하면, 북한 선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애정 어린 응원이 본격화 됐다. 이를 계기로 북한 공연단이 서울을 방문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텄고, 남한 공연단의 답방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개선되었다.

이후 남북의 빗장은 거침없이 풀렸다. 정상회담이 단기간에 무려 세 차례나 이루어 졌는가하면 분야별 교류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국제 사회의 제재에서 벗어나면 남북 간의 교류 협력은 한층 가속화 될 것이 분명하다. 언제나 그러했듯 스포츠가 남북의 어색한 분위기를 벗어나는데 가장 앞장서는 역할을 했다. 스포츠 다음에 예술이였고 그 이후에 다른 분야의 교류가 이어지기 시작했다. 화해의 신호탄은 언제나 체육인들의 몫이었다. 체육인으로 큰 자부심을 갖는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아직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본격적으로 교류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젊은이들은 민족의 미래를 짊어지고 갈 주역들이다. 이들의 의식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통일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요즘의 학생들 가운데 통일을 간절히 바라지 않는 부류가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부류보다 많아 보인다. 아쉬운 것도 없고, 간절할 것도 없으니 꼭 통일을 이룰 필요가 없다는 의식을 가진 젊은이들이 의외로 많은 현실이다. 여러 통계에서도 나타나고 있고, 가까이에서 젊은 대학생들을 지켜보며 느낀 바 이기도 하다. 이는 통일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기성세대들이 통일의 필요성을 젊은이들에게 제대로 인식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그들을 탓할 일이 아니다.

그들은 통일에 대해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현상만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통일을 민족의 당면과제로 보지 못하고 득과 실의 논리로만 바라보고 있다. 통일을 경제적 잣대로만 보려는 그들의 시각은 어쩌면 기성세대들이 심어준 것이다. 그들은 배운 대로 느끼며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스포츠 교류, 문화예술 교류에 이어 진정한 통일 주역인 젊은이들의 교류를 본격화해야 할 시점이다. 남북한 대학생들이 한 자리에서 어울리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우리와 운명공동체인 민족임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지금은 머리로 통일을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직접 만남을 거듭하다 보면 통일을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대학생들의 교류는 꼭 필요하다. 남북의 단일팀이 짧은 기간에 함께 하나의 목표로 훈련하였으며, 경기에 참여하는 동안 뜨거운 정을 나누었다. 헤어질때는 아쉬움의 눈물을 펑펑 흘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스포츠 선수가 아니더라도 모든 젊은이들이 같은 느낌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들이 한겨레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뜨거운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한다면 통일은 성큼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아직 그런 기회가 없었다. 우리가 그런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했기 때문에 젊은이들은 그러한 생각을 가질 수 없었다. 지금처럼 좋은 남북 관계가 유지되고 있을 때 남과 북의 대학생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장을 열어주어야 한다. 중·고등 학생의 교류도 좋겠다. 학생들의 교류는 다른 계층의 교류보다 묵직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그 감동을 평생 간직하며 살게 될 그들은 누구보다 앞장서 통일을 선도하는 세력이 될 것이다. 가슴 뜨거움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함께 어울려 춤판을 벌이는 모습만 상상해도 흐뭇하다. 그 날이 빨리 오기를 소망한다.

김한수(배재대 주시경교양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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