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호남선 분기역 선정때 충청반발 극심

`그때는 유치(오송역 분기)를 위해 힘썼고 지금은 쇠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집권여당발 KTX세종역 신설 움직임과 관련해 충북이 오송역 사수를 위해 보여주는 단면이다.

충북은 2005년 호남고속철도 오송 분기역 선정이란 쾌거를 올렸다. 하지만 오송역 분기역 선정까지는 적잖은 충청권 분열과 갈등이 없지 않았다.

대전과 충남의 반발도 컸지만 호남고속철도 이용객의 91%인 호남지역민들의 반대가 더 극심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의 기여도가 크다는 점을 들어 호남고속철 분기역을 오송으로 밀어붙였다. 결국 오송역은 침체된 충북경제를 견인하고 행정도시인 세종시 관문역으로 발돋움하면서 눈부시게 성장했다. 전국 39개 KTX역 중 이용객이 8번째로 많이 차지할 정도의 중요역으로 떠올랐다. 올해는 이용객 700만명 달성과 함께 하루 이용객 2만명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충북으로서는 오송역이 지역경제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역세권개발 등을 서두르고 있다. 충북이 KTX세종역 신설 얘기가 나오자 반대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이유다.

눈여겨 볼 것은 호남지역의 움직임이다. 오송역 분기역 선정으로 상당한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는 호남지역민들로서는 당시 설움을 해소하고 지역의 이익도 챙겨보겠다는 속내다. 세종역 신설에 찬성하는 진짜 이유는 또 있다. KTX 호남노선이 오송으로 19km를 도는 바람에 요금 3000원을 추가 부담하고 있다는데 있다. 통행시간과 가치 등을 따지면 호남 이용객 한 사람당 9000원의 경제적, 시간적 손실을 감수하고 살아왔다는 점이다. 호남지역이 대안으로 내놓은 계획은 세종역이 포함된 호난 KTX 단거리(천안-세종-공주-익산) 노선이다. 최근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은 현재 진행 중인 평택-오송 간 KTX복복선화 예비타당성 조사에 호남 KTX 신설 노선도 포함할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대신 충북은 충청권 광역철도망 구축을 통해 대전도시철도를 세종청사-조치원역-오송역-청주공항으로 연결하는 충청권 상생 광역철도망을 통해 접근을 높이자는 논리다. 이 사업에는 2조원의 예산이 필요해 재원조달이 관건이다.

세종시와 호남지역을 비롯해 세종역 신설을 찬성하는 쪽은 세종시가 사실상 행정수도 역할을 하면서 도시가 확장되고 인구가 느는데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세종청사 공무원들의 교통비와 출장비도 무시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세종으로 내려오면 통근차량도 늘릴 계획이어서 한해 200억원 넘게 들어가는 행정비용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내년 2월과 8월 두 기관이 이전하면 세종에는 42개 행정기관과 15개 국책연구기관 등 57개 국가기관이 자리잡게 되면서 실질적인 행정수도로서 기능을 하게 된다. 광역시 중 유일하게 없는 KTX역을 세종에 설치하자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중앙공무원들 사이에서는 KTX역을 이왕 설치할 바엔 세종청사(중앙행정타운) 중앙에 건설할 것을 얘기하기도 한다.

충북이 보여준 오송역 명칭 개정에서도 세종역 설치 명분을 잃고 있다. 충북은 행정도시나 개발 사업에서 줄곧 제외됐다는 여론을 등에 업고 타 지역에 비해 실속을 챙겨왔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세종시 입장에서 보면 충북은 인근 행정도시인 세종시의 덕을 보면서 챙길 것 다 챙긴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것 같지 않다. 세종-청주공항-청주 연결도로 등도 그중 하나라는 것이다.

후일담이기 하지만 오송역도 신행정수도와 혁신도시에서 제외된 충북을 배려하기 위한 차원에서 탄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충청권이 뭉쳐 행정도시를 살려냈듯이 이젠 내지역만 챙길게 아니라 대의를 생각해야 할 때란 지적이다.

오송역사 건립을 제안한 성경륭 인문경제사회연구회 이사장(당시 균형발전위원장)은 최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충청민들이 대국적 차원에서 정부가 일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세종역을 동네 이익의 볼모로 잡아선 안된다"고 했다. 성 이사장의 말을 KTX세종역 반대세력들이 새겨들었으면 한다.

곽상훈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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