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가 끝나면 북핵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 다음날 가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제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북핵 협상을 서둘 것 없다"고 밝혔다. 회견 내내 "서두를 게 없다" "우리는 급할 게 없다"는 표현을 7차례나 언급했다고 한다. 정상회담 시기도 "내년 언젠가"라고 했다가 "내년 초 언젠가"로 바로 잡았다. 북핵 협상을 `서둘 이유도 없고, 서둘지도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날 회견은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이 확정된 직후 개최된 것이다. 중간선거 이후 미국 의회 권력구도에 변화가 생기면 북핵 협상에도 변수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그동안 트럼프가 보여준 대북 협상은 저돌적이면서도 속도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오히려 미국 내에서도 너무 서두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나타낼 정도였다. 하지만 북미정상회담까지 개최했지만 사찰과 검증, 제재완화의 우선순위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북미간 고위급회담에서 결실이 있기를 기대했지만 이 또한 `중대협상` 발표 하루만에, 개최일 하루를 앞두고 전격 취소됐다. 북미가 "일정조율의 문제"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배경엔 "북핵 협상을 서둘지 않겠다"는 트럼프의 의지가 투영돼 있음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원인과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미 중간선거가 끝나자마자 트럼프의 `북핵` 입장이 달라진 것은 분명하다.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한 때문인지, 아니면 더 이상 득표활동과 관련이 없어서 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트럼프의 "제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란 언급은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제재만 유지된다면 북미정상회담 이전으로 돌아가도 상관없다`는 뉘앙스로 들릴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과 북한의 협상만 지켜보고 있는 정부로선 새로운 `변수`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에 철저히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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