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수의 전통놀이 돋보기

어느 장소에서나 아이들에게 "원숭이 엉덩이는"하면 "빨개"하고 받아준다. 그리고 계속해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배두산"이라고 이어간다.

여기까지 주고 받으면서 이야기하다 백두산이 나오면 모두들 합창을 한다.

"백두산 뻗어내려 강토 삼천리, 무궁화 이 강산에 역사 반만년, 대대로 이어 사는 우리 삼천만, 복되도다 그 이름 대한이로세"

이 끝말잇기는 여럿이 모여서도 놀고, 둘이 있어도 놀고, 혼자 흥얼거리면서도 놀며 여자 아이들이 고무줄 놀이하면서도 논다.

가사 내용을 보면 끝부분에 `우리 삼천만 복되도다 그 이름 대한이로세`는 마치 애국 정신을 불어넣는 구절로 여겨지는데 그런데 잘 생각하면서 한구절 한구절 다시 읽어보면 의문 투성이 놀이다.

첫 번째 구절부터 살펴보면 원숭이는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일본에는 있다. 또 바나나는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그리고 기차는 일본말이다. 우리 것은 백두산 하나뿐이다. 그러나 그 또한 해방 전에 아이들이 놀았던 원문을 보면 백두산이 아니라 일본의 후지산이었다. 즉 이 놀이는 일제시기와 비교해보면 해방 후 노래 가사가 약간 달라졌다. 일제시기에는 철저한 일본놀이였던 것을 해방 후에 우리 식으로 바꾸려고 노력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 놀이가 지역마다 약간씩 다른 노랫말로 불리우고 있다. 이 놀이의 목적은 마지막에 위대한 일본을 만드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위대한 천황 만세를 부르면서 목숨 바쳐 충성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일본은 미국의 진주만을 공격하기 위해서 자살폭탄특공대를 모집했다. 젊은 청년들이 일황 만세를 부르면서 영광스럽게 죽는 것이다. 이들이 탄 비행기는 `가미카제 특공대`라 하여 이륙할 때는 바퀴가 있는데 비행기가 공중에 올라서면 바퀴가 빠져버려서 착륙을 할 수 없게 된다. 그 비행기에는 폭탄이 가득 실려져 있어서 미국 군함을 향하여 돌진해 장렬히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이때 이들은 다음과 같은 끝말잇기를 부르면서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 원래 가사는 다음과 같다.

이로하니 별사탕 별사탕은 달다 / 달면 사탕 사탕은 하얗다 / 희면 구름 구름은 빠르다 / 빠르면 기차 기차는 까맣다 / 검으면 연기 연기는 가볍다 / 가벼우면 석유 석유는 높다 / 높으면 후지산 후지산은 멀다 / 멀면 도쿄 도쿄는 위대하다 / 위대하면 천황 / 천황 만세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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