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만우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박만우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한국 사회가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얘기를 처음 들은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아예 고령 사회가 우리 현실이 됐다. 저출산에 따른 인구절벽이나 생산인구 감소, 노인우울증 등 고령화의 문제는 경제, 산업, 의료 또는 사회복지 차원에서만 얘기될 뿐 문화 영역에서는 지금껏 논외였다. 다시 말해 문화에 대해 말할 때 노인은 관객, 감상자로조차 고려된 적이 없었다.

점차 노인 혹은 노년층은 생리적 나이로 구분되기 보다는 노동 현장에서 은퇴한 비생산 인구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은퇴자`들은 수동적으로 복지 수혜를 받아야만 하는, 사회생활로부터 고립이 예정된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노년층이 지역 사회에서 소외되고 아무런 사회적 역할도 수행할 수 없는 그런 공동체의 삶이 바람직한 걸까?

노년층이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문화생활을 즐기는 주체로 거듭나게 하며 사회구성원으로 중요부분을 차지하고 건강하고 의미 있는 삶의 길을 모색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법은 없을까? 최근 문화를 통해 노인들이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에 참여하고 재통합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새로운 자각과 시도들이 싹트고 있다.

`창의적 노화`쯤으로 번역될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에이징`은 나이 듦 자체의 미학에 대해 성찰한다. 100세 시대에 이젠 누구도 `곱게 늙었다`라는 덕담을 그리 반기지 않는다. 팔팔하게 99세까지 산다는 것은 혼자 잘 먹고 잘 산다는 의미가 아닐 것이다. 문화적 체험을 통해 우리는 더욱 능동적으로 각자 살아온 경험과 지혜 그리고 정감을 더불어 나누고 베풀 때 인생의 의미는 완성도를 더해갈 수 있음을 배운다. 아직 시작 단계이지만 그간 상대적으로 문화예술교육 혜택에서 소외됐던 생애전환기 중장년층을 위한 문화예술학교 참여가 높아지고 있고 자발적으로 조성된 문화예술 창작 동아리나 감상 동호인회가 늘고 있다.

상상력이 빈곤해진 노인들은 엘리트예술의 폐쇄적 영역에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통념이 존재한다. 이런 노년에 대한 확신에 사롭잡힌 우리 젊은이들, 성인들부터 우리의 신념 자체를 문제시 하는 노력을 기울일 때가 왔다. 나이는 창작과 아무런 상관이 없고 오히려 창작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노년`의 창작은 나이 듦과 더불어 더 정교해지는 감수성과 생에 대한 절절한 체험을 통해 표현이 한층 더 풍요로워질 수 있다. 박만우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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