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진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이수진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30대 주부 이모씨는 세 살배기 딸이 평소 하지 않았던 기침을 하기 시작하면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가벼운 감기로 시작해 폐렴으로 진행된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소아 폐렴은 조기발견을 통해 신속한 치료가 이뤄지면 큰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는 질환이다. 특히 아이들은 성인에 비해 기도의 지름이 작기 때문에 약한 호흡기 질환에 걸려도 더 힘들어하고 숨 가빠하며 합병증도 일어나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폐렴환자 10명 중 4명은 소아= 호흡기 질환은 발생 부위에 따라 병명을 붙인다. 우리가 숨을 들이마시면 공기가 폐로 가는데 코나 입을 통해서 들어온 공기는 인두, 후두를 지나 기관, 기관지, 세기관지를 거쳐 폐에 도달한다. 부위에 따라 기관이나 기관지에 염증이 생긴 경우는 기관지염이라 하고 세기관지에 염증이 생긴 경우는 세기관지염, 폐실질 조직에 염증이 생긴 것을 폐렴이라 부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발표에 따르면 폐렴으로 해마다 150만 명 이상이 병원을 찾고 있으며 발생 환자를 연령별로 보면 10세 미만 소아가 44.6%로 가장 많다. 폐렴은 주로 겨울과 기온차가 심한 환절기,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생활할 때, 독감이나 홍역 등 전염성 질환이 유행할 때, 영양상태가 나쁠 때 잘 생긴다. 폐렴은 감염성을 가진 바이러스, 세균이 주 원인이며 드물게 알레르기, 기생충, 곰팡이, 흡인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지만 소아에서 폐렴은 대부분 감기, 독감, 홍역, 기관지염 등 합병증에 의해 많이 발생한다.

◇감기와 유사한 폐렴= 폐렴에 걸리면 대부분 상기도 감염이 나타나 감기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3-4일이 지나도 고열이 지속되고 기침이 점점 더 심해지며 호흡곤란을 보이면 단순히 심한 감기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폐렴은 감기보다 기침을 심하게 하기 때문에 기침을 하면서 가래를 토하거나 위장 운동을 역류시켜 구토를 할 수도 있다. 초기에는 증상이 심각하지 않지만 점점 호흡이 힘들어 보이고 호흡수가 1분에 50회 이상 되고 숨을 쉴 때마다 코를 벌름거리기도 하고 얼굴과 입술, 손끝, 발끝이 새파랗게 질리면서 창백해진다. 또 설사, 경련 등이 일어나기도 하며 오한이 나타나다가 열이 39-40도 이상으로 오르기도 한다. 이미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 갑자기 호흡이 나빠지거나 탈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때문에 밤에 갑자기 아이 가슴이 쑥쑥 들어갈 정도로 숨이 차거나 몸이 쳐지면 바로 응급실로 데려가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

◇충분한 수분 공급이 중요= 바이러스성 폐렴의 치료는 감기 치료와 비슷하다. 감기에 특효약이 없듯이 바이러스성 폐렴 역시 특효약은 없다. 다만 아이의 안정을 위해 휴식을 취하게 하면서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 줘야 한다. 아이가 많이 힘들어하고 식욕이 저하됐을 경우에는 입원치료를 생각해볼 수 있다. 주의할 것은 호흡기 질환에 걸려 호흡이 가빠지면 보통 때보다 숨 쉴 때 나가는 수분양이 증가하고, 또 컨디션 저하로 식욕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많은 물을 먹여야 한다. 여기에 6개월에서 2세 사이의 어린이는 열로 인한 열성 경련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발열상태를 세심히 체크하는 것이 좋다.

세균성 폐렴은 항생제 치료가 중요하며 원인균에 따라서는 경구용 항생제로 치료되므로 입원까지는 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다. 단 항생제를 며칠 동안 먹이다가 증상이 호전되더라도 투약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항생제를 중단하면 폐렴이 재발할 수도 있으며 폐렴의 합병증인 농흉, 폐농양, 중이염, 패혈증, 수막염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위생 및 실내환경 관리 필요= 날씨가 찬 계절에는 폐렴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좋은 환경이기 때문에 개인위생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우선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해 질병이 쉽게 전염되므로 증상이 있는 아이들과의 밀접한 접촉을 삼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또 손을 깨끗이 자주 씻는 습관을 들이고, 양치질 등의 개인위생 수칙을 철저히 한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있는 영양섭취에 신경 써야 하며, 소아는 샤워나 목욕 후 체온조절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재빨리 물기를 닦아내도록 한다. 더불어 차분한 마음으로 심신이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내는 건조하지 않도록 온도는 20도 전후, 습도는 40-60% 정도를 유지한다. 다만 밀폐된 환경 속에 떠다니는 미세먼지, 오염물질, 바이러스 등이 각종 호흡기 질환을 불러올 수 있으므로 자주 환기를 시켜 주는 것이 필요하다. 박영문 기자

도움말= 이수진 을지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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