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아내에게 고맙고, 감사하고, 미안했고, 사랑했던 지난 세월들을 단 몇줄의 시로 대신할 수 없지만, 이렇게라도 내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김명수 한국시인협회·충남시협 부회장(70)이 3년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원재헌 전 대화초 교사·66)의 죽음을 애도하며 절절한 그리움을 담은 시집 한권을 펴냈다.

`아름다웠다`라는 제목의 이 시집에는 이슬처럼, 풀잎처럼, 꽃잎처럼, 바람처럼, 햇살처럼 이란 5개의 장을 엮어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녹여냈다.

김 시인은 예순여덟살의 나이에 43년간 동고동락한 아내를 떠나보냈다. 아내가 떠나고 4-5개월을 먹지도, 자지도 못한 채 매일밤 환청과, 환영속에서 헤맸다. 좀더 잘할 걸 하는 후회스러움과 미리미리 병세를 살피지 못한 죄책감은 그를 무겁게 짓눌렀다. 아내가 떠나고 우연히 발견한 아내의 핸드백에서 신문 광고 전단지를 잘라 자신의 혈압약 2알을 싸서 미리 챙겨둔 것을 발견하고는 며칠밤 밤을 지샜다.

김 시인은 "무청처럼 부어오른 다리를 하고 대나무처럼 마른 손으로 하루분씩 포장하던 모습을 상상하니 아직도 가슴이 미어진다"며 "부부교사로 살면서 아내는 나에게 모든것을 양보하고 헌신하며 살았다. 그때 좀더 잘해줬더라면 이렇게 한스럽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통한의 세월을 토로했다.

머리가 하얗게 세고, 몸무게가 줄어가던 어느날 김 시인은 아내의 소리를 환청을 통해 듣고 몸과 마음을 추슬렀다. 마치 아내가 `당신은 언제까지 그렇게 방황의 늪에 빠져있을 거냐. 그렇게 할말이 없느냐`라고 자신에게 무언의 메시지를 준다는 느낌을 받았 던 것. 그는 그날 이후 얘기가 되든, 되지 않든 쓰고 또 써 300여편쯤 되는 시를 창작했다.

시인 나태주는 `치유의 시학`이라는 해설을 통해 "한 사람은 떠나고 한사람이 떠난 그 자리 한 사람은 시를 쓰는 일로 참기 힘든 순간들을 버티며 살았다"며 "김명수 시인의 상처가 치유되고, 김명수 시인의 남은 세상의 생이 보다 밝아지고 아름다워지를 소망한다"고 적었다.

김명주 시인은 "이 시집은 나와 아내와의 이야기인 동시에 옆에 두고도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이 땅의 남편들에게 하고싶은 말이기도 하다"며 "이 시집을 읽으며 아내의 사랑을 다시금 깨닫고 살아생전 고마움을 표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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