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분원 예산집행 사무처가 미적

◇세종의사당 용어 사용 신중 기해야

◇충청지역 국회의원 협력 전제돼야

세종시의 현안 가운데 이춘희 세종시장이 요즘 가장 많이 맘을 졸이는 것이 국회분원 건립 문제다. 국회분원 설치를 결정해야 할 국회나 국회분원 예산을 집행해야 할 국회사무처가 미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국회분원 문제는 지난해 말 국회분원 설치 용역이 정치·사회·행정·경제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것으로 나오면서 순항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국회사무처 예산에 더 진전된 용역을 수행하기 위한 국회분원 건립 용역비 2억 원도 반영됐다.

여론조사 결과도 나쁘지 않았다. 국회의원 1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회분원과 관련한 인식조사에서는 긍정 37.2%, 보통 35.1%, 부정 27.7%로 나타났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는 찬성의견이 50.4%로 반대의견 41.2% 보다 높게 나왔다. 두 차례 여론조사 모두 찬성이 반대를 압도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세종시는 한껏 고무된 분위기 속에서 2018년을 맞았지만 단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국회 사무처는 올 들어 10개월 동안 용역에 착수하지 않고 있다. 앞으로 두 달 내 용역에 들어가지 않으면 예산이 불용처리 된다. 용역사업 자체가 없던 일이 되면 국회분원 설치는 당장은 추진동력을 잃게 된다.

이미 여러 차례 좋지 않은 징후도 있었다. 올 들어 국회는 6·13 지방선거를 빌미로 국회분원 용역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나니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이 결정되면 추진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후반기 의장이 결정되자 이번에는 국회사무처가 국회법 개정안 논의가 우선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국회분원 설치를 명시한 국회법 개정안은 2년 넘게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국회와 국회사무처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핑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춘희 세종시장과 세종시 공무원들이 올 들어서만 수 없이 국회를 방문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국회의장이나 국회 사무총장, 국회 사무처 담당자 누구 하나 시원하게 답변하는 사람이 없다.

국회분원 문제가 교착상태에 빠진데 대해 국회 탓만 할 건 아닌 것 같다. 세종시의 대응 전략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회분원 건립은 여론조사에서 보듯 찬성 의견과 반대 의견이 상존하고, 찬성 논리와 반대 논리도 분명하다. 지난해 국회분원 용역에서 `타당하다`는 결론을 도출했지만, 정작 상당수 국회의원들과 국회사무처는 결론이 없었던 용역으로 간주하고 있다. 첫 생각부터 다르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국회분원을 바라보는 국회의원들의 시각은 도대체 무얼까. 최근 세종시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의 발언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국회의원이 세종시장에게 국회분원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는 대목은 상당히 의외였다. 세종시의 노력과는 달리 정작 국회의원 상당수는 국회분원에 대해 잘 모른다는 반증이다. 국회분원 설치는 국회의원들과의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회의장과 일부 국회의원만 국회분원의 타당성,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어서는 곤란하다.

국정감사에서 `국회 세종의사당`이라는 표현을 지적한 대목도 와 닿는다. 세종시는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회분원 대신 국회 세종의사당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다. 용어만 놓고 보면 종속적 의미인 국회분원보다는 본원과 대등한 느낌이 드는 세종의사당이라는 말이 더 거창하고 좋아 보인다. 하지만 반대 입장에서는 분원 보다 더 거부감을 주는 국회 세종의사당이라는 표현을 굳이 쓸 필요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국회분원 건립은 세종시와 세종지역 시민단체의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세종시는 늦은 감이 있지만 국회분원 건립과 관련해 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먼저 충청지역 국회의원들의 협력이 전제돼야 하고, 충청권 지자체들의 연대나 광역자치단체들의 협력도 필요하다. 국회분원 용어 선택에서부터 국회의원 설득까지 좀 더 촘촘한 전술을 짜야 한다. 은현탁 세종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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