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대전 동구 정동의 외국인 식료품 가게 `WORLD FOOD`에서 한 외국인이 냉동 식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김대욱 기자
31일 대전 동구 정동의 외국인 식료품 가게 `WORLD FOOD`에서 한 외국인이 냉동 식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김대욱 기자
31일 오전 10시 대전 동구 정동의 대전역 인근. 한글이 아닌 `하오남`, `ASIAN HAIR` 등 외국어로 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베트남 음식을 내놓는 한 음식점에 들어가자 1-2명의 손님이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 업주인 베트남인 보티럼(35)씨는 2008년 한국인 남편을 따라 대전에 둥지를 틀고 지난 7월 이 곳에 식당을 열었다. 이유는 대전지역에 같은 국적을 지닌 외국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대전 서구 월평동에 살고 있다.

보티럼씨는 "대전지역에 사는 베트남인들이 평소 중앙시장, 지하상가 등에 쇼핑을 많이 하러 온다"며 "대전역이라 말하면 어딘지 금방 알기 때문에 근방에 터를 잡으면 베트남 손님이 몰릴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인근 골목에서 캄보디아 식당을 운영하는 죽른(40)씨도 지난해 대전 원도심에 음식점을 열었다. 죽른씨는 14년 전 한국인과 결혼했다.

죽른씨는 "동구 정동 주변으로 캄보디아인들이 자주 오가기 때문에 타 지역보다 가게 운영이 유리하고, 식당을 중심으로 자국민들과 매월 2-3번씩 모임을 가지면서 심적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날 대전역 건너 편 동구 정도 일대인 한의약특화거리부터 중앙시장까지 돌아 보니 외국인 가게는 15곳에 달했다. 음식점은 10곳, 미용실은 2곳, 슈퍼마켓 2곳, 휴대전화 판매점 1곳 등 음식점이 주를 이뤘지만 업종 형태는 다양했다.

대전 동구 원도심에 다문화 상권이 형성된 것은 2-3년 전부터다. 대전역 특성상 교통 편의성이 높고 인근에 전통시장을 비롯한 상점가가 형성돼 있어 외국인들의 유입이 부쩍 늘었다. 현지음식을 그대로 조리하기 때문에 외국인들의 방문수요가 높다. 주로 베트남, 태국,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지역 외국인들의 유입이 높고, 업주들 대부분은 한국인과 결혼한 다문화 가정으로 요식업, 미용실, 슈퍼마켓, 중고 휴대전화점 등을 운영 중이다. 또한 단순한 영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점포를 활용해 자국민 간 모임이나 만남을 갖는 커뮤니티 장소로 이용하고 있다.

인근의 한 부동산업자는 "최근 2년 전부터 대전 원도심에 외국인 상점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규모가 커지면서 동남아지역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며 "대전은 위치상 교통 편의성이 높은 탓에 외국인들의 이동이 편리하고 원도심의 경우 상권 생김새가 동남아지역과 유사하기 때문에 더욱 원도심으로 외국인들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봉구 대전이주외국인종합복지관장은 "대전시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3만 여 명으로 증가세에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인이 주로 원도심에 자리를 하면서 대전 원도심 활성화도 기대된다. 이에 따라 대전시 차원의 지원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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