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팔순이 넘으신 어머님으로부터 아들의 이름만이 짧게 적힌 카톡 메시지가 왔다.

처음 배우시면서 시험 삼아 써보신 것이라 하시는데 잘 보이지도 않는 시력으로 뭔가를 배우시려는 노력과 맨 처음으로 아들의 이름을 써준 것에 대해 짠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듯 지금 어르신들은 자신들의 삶을 행복하게 영위해갈 지식이나 기능, 예능을 익히는 데 적극적인 의욕을 보인다. 따라서 학습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는데 이를 수행해낼 교육 시설이나 기관들은 얼마나 준비 돼있을까?

예전에는 각 지역에서 평생교육원이나 문화원들이 프로그램이나 강좌를 통해 그 역할을 제법 잘 수행해 오던 시기가 있었는데 최근 몇 년간은 웬일인지 조금씩 그 기능이 쇠퇴해가는 듯 보인다.

이는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문화 바우처 강좌나 관의 지원이 따르는 시민 대학의 강사료, 수강료 책정 등에 비해 평생교육원이나 문화원들의 상황이 좋지 않아서일 것이다. 불공정한 경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보니 웬만해선 수지를 맞추기가 어려웠던 탓이 아닐까 한다.

대전의 시민대학은 검증된 강사진과 시설, 강사비 지원 등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되고 수강생들 역시 아주 적은 비용으로 각자가 원하는 강의를 선택해 들을 수 있는 탓에 매우 바람직한 평생 교육의 대안을 보여 주는 듯 했다.

그런데 이로 인해서 앞서 같은 프로그램들과 강좌를 해오던 평생교육원이나 문화원들은 수지가 맞지 않아 강좌들이 점차 폐강됐고 아울러 강사들의 일자리까지 잃게 되는 모순도 덩달아 생겨나게 됐다.

이제는 평생 학습에 대한 수요와 욕구가 늘어나서 교육공간의 확장이 불가피해진 만큼 시민 대학 같은 좋은 시스템과 지원은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 각 지역에서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는 문화원이나 평생교육원 등의 기관에도 공평한 지원을 해줘 이전의 활력을 되찾게 하고 앞으로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

경로당에서 화투를 치며 소일하기보다는 노래하고 연주하고 그림 그리는 게 어르신들의 놀이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부지런히 가르치고 배우는 부담 없는 강좌들이 마을 마다 넘쳐 났으면 좋겠다. 박홍순 대전 민예총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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