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여행 수요 높아지며, 외화 잔돈도 '부쩍', 소액인 탓에 집에 방치 대부분

외국동전 및 지폐 합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뉴미디어팀 서지영 기자 제공]
외국동전 및 지폐 합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뉴미디어팀 서지영 기자 제공]
무역회사 과장인 김진원(35)씨 집에는 해외 출장을 다녀온 뒤 남은 외화가 가득하다. 지폐는 물론 동전이 주를 이룬다. 지난 5년 간 2달에 1번 꼴로 해외출장을 다녀오면서 쌓인 돈이다. 총 금액을 한화로 환산해 보니 10만 원 정도였다. 국가별 화폐가 다른데다 이마저도 소액인 탓에 재환전도 못했다. 가까운 시중은행 영업점에 재환전을 문의해봤지만 "안받는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지난 6월 베트남으로 가족들과 여행을 다녀온 직장인 양창문(38)씨도 사정은 비슷하다. 어차피 한국으로 돌아가면 환전하기도 어렵고 되려 재환전을 하더라도 손해를 본다는 말에 돌아오는 면세점에서 억지로 돈을 써 과자를 샀다. 그래도 남은 잔돈은 추억으로 보관하기로 했다.

취업준비생 이전호(29)씨의 경우 지난해 어학연수로 다녀온 필리핀에서 쓰던 동전 더미가 그대로 남아있다. 동전은 사용할 수도 없고 버릴 수도 없어 그저 서랍 속 한 공간만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해외여행 수요가 계속 늘고 있지만 여행 후 남은 외화가 `잠든 돈`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화로 재환전을 하더라도 손해를 볼 수 있고, 신흥국 화폐는 환전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달 국제여객은 전년 동월 대비 8.4% 증가한 674만 명으로 나타나 역대 9월 여객규모 중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도 마찬가지로 2016년 대비 5.4% 증가하면서 7696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실적을 갱신했다. 지역별로는 저비용항공사 운항 확대, 원화강세 등 이유로 중국(23.6%), 유럽(13.2%), 동남아(11.8%)를 중심으로 성장세를 보였다. 해외여행 수요가 매년 늘고 있는 셈이다.

해외여행객들이 늘고 있지만 여행객들은 여행을 다녀온 이후 외화 잔금 처치에 어려움을 겪는다. 인천 공항 입국장에 외화 모금함이 설치돼 있지만 이를 인지한 이들이 소수인데다 보관을 하더라도 사용할 곳이 전무하다. 또한 은행을 방문해 한화로 재환전을 하더라도 제 값의 50-70% 수준에 그쳐 손해를 보게 되고, 은행도 정부방침에 따라 한화 재환전 서비스를 제공 중으로 소극적이다. 심지어 신흥국 화폐는 환전 자체도 어렵다. 엄연한 돈이지만 쓸 곳이 없어 방치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복지단체나 전문가들은 외화 잔금을 기부문화로 확산시키는 방안을 대안으로 꼽고 있다. 경기불황이 지속되며 가뜩이나 기부문화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화 잔금을 기부금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지역의 한 복지단체 관계자는 "대전·충남지역 기부금이 올해 들어 급격히 줄어드는 등 경기불황으로 기부금 규모 자체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활용할 수 없는 외화 잔금을 모아 기부금으로 활용한다면 더할 나이 없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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