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간세포의 70-80%가 손상되고 나서야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이는 간암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다가 서서히 나타나는데 증상이 뚜렷해졌을 때는 이미 진행된 단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서도 간암 환자가 증가세를 보이며 빨간불이 켜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간암 환자는 2013년 6만 4023명, 2014년 6만 4525명, 2015년 6만 6995명, 2016년 7만 529명, 2017년 7만 1106명 수준이다.

또 지난해 발표된 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국내에서 총 21만 4701건의 암이 발생했는데, 이 중 간암은 남녀를 합쳐서 1만 5757건, 전체 암 발생의 7.3%로 6위를 차지하고 있다. 남녀 성비는 2.9대 1로 상대적으로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 발생 건수만 놓고 보면 보면 남성에서 1만 1732건으로 남성의 암 가운데 4위를 차지했고, 여성은 4025건으로 여성에서 발생한 암 중 6위로 나타났다. 남녀를 합쳐 연령대별로 보면 50대가 27%로 가장 많았고, 60대 26%, 70대 23% 등 순이다.

조직학적으로는 2015년의 간암 전체 발생 건수 가운데 암종(carcinoma)이 96%, 육종이 0.2%를 차지했으며 암종 중에서는 간세포암이 76%로 가장 많았고, 담도암이 16.4%로 뒤를 이었다. 암종은 암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는 유형으로 표피나 점막, 샘 조직 같은 상피조직에서 생기는 악성 종양, 육종은 비상피성 조직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을 뜻한다. 간암은 주로 다양한 요인에 의한 간경변증으로 인해 발생하며 이는 만성 B형·C형 바이러스 간염, 음주, 비알코올 지방간질환, 자가면역성 간질환 등이 원인이다. 간경변증으로 진행된 후에는 1년에 2-6%에서 간암이 발생하게 되며, 전체 간암 환자의 80%는 간경변증을 동반한다.

간암의 대표적인 증상은 오른쪽 윗배의 통증, 복부 팽만감, 체중 감소, 심한 피로감, 소화불량 등이다. 간경변증 환자에게 간암이 발생하면 갑자기 황달이나 복수(腹水)가 심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들은 대부분 암이 많이 진행된 뒤에 나타나는데, 증상이 전혀 없거나 모호하게 비치는 상태에서 건강검진을 받다가 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간암의 치료는 효과면에서 근치적 치료와 비근치적 치료로 나눌 수 있으며 수술 여부에 따라 수술적 치료와 비수술적 치료로 구분된다. 수술적 치료에는 간이식과 간절제술이 있으며 비수술적 치료에는 고주파열 치료, 경피적 에탄올 주입술 등과 같은 국소 소작술, 경동맥 화학색전술, 방사선치료, 전신 항암화학요법, 표적 약물치료 등이 있다. 이 중 간이식과 간 절제술, 국소 소작술 등은 근치적 치료로 간주된다.

간암이 기타 암 치료와 다른 점은 간암 이외에 간경변증이라는 기저 질환을 가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치료에 있어 단순히 종양의 병기만을 고려하지 않고 간의 잔존 기능평가와 병기를 함께 감안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아무리 좋은 치료 방법이라도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는 경우가 있으며 이에 대한 결정은 환자의 임상적인 상태와 간암의 병기를 고려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의사와 상의가 필요하다. 간암의 진행정도, 병기는 1기에서 4기로 나눌 수 있으며 간 기능의 잔존 정도는 알부민치, 총 빌리루빈치, 지혈 반응검사, 복수 및 간성 뇌증에 따라 중등도를 판단한다.

간암 환자는 체내에 축적 열량을 늘리기 위한 방법으로 하루에 세 차례의 과식을 하는 것보다는 자주 조금씩 식사와 간식을 먹는 것이 좋다. 또 배고픔을 느낄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아무 때나 좋아하는 음식을 먹거나 식사와 간식 때마다 고칼로리 음식을 먹어야 한다. 식욕을 늘리기 위해서는 식사 전에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을 하는 것이 좋으며 식사 중에는 음료 섭취를 자제해야 한다.

송명준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조기 간암에서는 특별한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아 증상만으로 간암을 진단하기는 매우 어렵다"며 "간암 조기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고위험군에 대한 정기적인 감시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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