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이 와봐야 주차·소음·환경 같은 문제만 생기고 지역에는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데…."

매년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되는 장동 산림욕장 내 계족산 황톳길 인근 주민들의 볼멘소리다. 대전 8경 중 하나로 꼽힐 만큼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성장하는 사이 주민들에게는 생활불편을 발생시키는 골칫거리였던 것이다. 이는 비단 대덕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북촌한옥마을 주민들도 사생활침해, 소음, 쓰레기 등의 문제로 인해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의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지자체가 `관광허용시간`을 궁여지책으로 꺼내 들었지만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여기에 관광 특수를 노린 일부 상인들의 얄팍한 바가지 상술과 불친절 등이 더해지며 여행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돈이 없어서 해외여행 간다. 돈 많이 벌어서 꼭 국내 여행 가겠다`는 풍자 섞인 비판 후기는 우리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항공여객 1058만 명 중 국제선 여객은 전년 동월 대비 10.9% 증가한 반면 국내선 여객은 전년 동월 대비 5.5% 감소했다. 특히 추석 연휴 5일 동안 전국 유명 관광지 8곳의 하루 평균 입장객 또한 지난해보다 약 30%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사회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일과 삶의 균형`으로 장시간 노동을 줄여서 일과 개인적 삶의 균형을 맞추려는 여가문화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신풍속도가 빠르게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각종 지표에서 보여주듯 여행수요 확대 전망에 따른 주민과 여행객의 고충·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마련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공정·생태관광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소비 지향적이고 단순 관람형이던 여행 트렌드가 발생시키는 부정적 영향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된 공정·생태관광은 자연 생태계가 우수하거나 경관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 그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배우고 즐기는 관광을 통칭한다. 고급 리조트와 골프장, 위락시설들이 들어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고 소비를 부추기는 관광 형태와 대조돼 `착한 관광`으로도 불린다.

공정·생태관광의 또 다른 매력은 지역사회에 큰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영국의 공정여행 단체인 `투어리즘 컨선(Tourism Concern)`에 따르면 생태관광지에서 관광객이 쓰는 돈 대부분은 지역사회에 환원되며 생태·문화 해설사와 환경 모니터링 요원 등으로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또 생태관광지로 주목받으면 지역주민과 지방자치단체, 관광객들이 모두 환경 보호에 더욱 신경 쓰게 돼 오히려 생태계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은 점은 우리가 눈 여겨 볼만 하다.

대덕구는 계족산과 대청호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회덕향교와 동춘당 등 유구한 역사문화가 있는 공정·생태관광의 최적지다. 지난 7월 민선 7기가 시작된 이후 `대덕구 공정·생태관광 육성 및 지원 조례`를 기초자치단체 중 최초로 제정해 공정·생태관광 진흥 및 확산을 위한 근거를 마련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덕구는 오는 11-12월 공정·생태관광에 관심 있는 구민들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 8월 문화체육관광부 `2018 관광두레 아카데미 공모사업`선정에 따른 것으로 주민들에게 공정·생태관광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문화를 확산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는 산·학·연·관·NGO 등 각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정·생태관광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며, 위원회를 중심으로 공정·생태관광 육성 시책을 다양하게 전개할 방침이다. 관광지의 경제·문화적 혜택이 오롯이 주민에게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과 관광객의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마련함으로써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행복한 대덕구만의 관광 문화를 만들 것이다. 박정현 대전 대덕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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