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별 숙제' 성과 공통과제 '협치' 낙제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8·25 전당대회를 통해 당선된 지 딱 두 달이 지났다. 이 대표가 손학규(바른미래당)·정동영(민주평화당) 대표 등과 함께 올드보이(Old boy) 3인방으로 귀환했을 당시, 일부 비판적 시각도 없지 않았지만, 경륜의 리더십을 발휘해주리라는 기대감이 더 컸다. 이들에게 풍부한 정치경험을 살려 각 정파를 합리적으로 이끌어달라는 주문은 기본이다. 비판보다 환영의 목소리가 컸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협치`를 통해 국민을 위한 국회를 만들어 달라는 국민적 간절함이었음이 분명하다. `허니문`기간이 끝난 현재 그들은 국민들이 바라는 골드보이(Gold boy)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 걸까.

우선 각 정당별 `개별 숙제`에 대해선 나름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최소한 낙제점을 받은 이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집권여당의 수장인 이 대표는 첫 당정청 회의에서 집값 폭등에 따른 정책대안으로 종합부동산세 강화를 주문해 국정 이슈를 선점했다. 이어진 국회교섭단체 연설에선 지방분권과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에 맞춰 공공기관 지방이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자, 충청의 최대 현안인 `세종=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국회 세종의사당(국회분원)을 화두로 제시하기도 했다. `청와대에 가려져 당이 보이지 않는다`는 세간의 평은 확연히 달라졌다.

바른미래당 손 대표의 경우 상대적으로 돋보이지는 않았지만, 당내 계파 갈등 속에서도 국내외 현안에 대한 합리적 방향제시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평소 `제 7 공화국`을 주창해왔던터라 국회 내 정치개혁특위가 새롭게 출범한 만큼,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방안 마련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민주평화당 정 대표는 원내 14석에 불과한 비교섭단체의 수장임에도 불구하고,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적극적인 언급과 광폭 행보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공통과제`인 협치에 대해선 누구도 합격점을 받기 힘들다. 출발은 산뜻했다. 이들은 지난 달 초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 오찬 회동에서 `초월회` 모임을 발족시켰다. 매월 첫 월요일에 여야 5당 대표들이 오찬을 함께하며, 주요 국정현안에 대한 협의를 모색해보자는 취지다. 하지만 아직까지 눈에 띨 만한 성과는 없다. 오히려 누구보다 노련한 올드보이들이 겉으론 `협치`를 표방하면서도 실상은 정파별 이해관계를 따지는 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돈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조만간 협치의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정치권의 호응과 국민들의 응원은 점차 약해질 수 밖에 없고, 올드보이들의 리더십도 동력을 잃어 결국 국회는 관성에 따라 `식물` 또는 `동물`국회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내달부터 시작되는 예산 정국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내년도 정부 예산은 올해보다 41조 원 증가한 470조 원 규모다. 문재인 정부 3년차 국정운영에 소요되는 재정인 만큼, 정권 후반기 흐름을 좌우할 수 있어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일자리 확충 등을 위한 불가피한 예산이라며 정부원안을 최대한 사수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반면, 야당은 벌써부터 관련 예산 삭감을 공언한다. 특히 제1야당인 한국당에선 `미친 세금중독 예산`이라며 새로운 적폐로 규정할 정도다.

이 대목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올드보이는 단연 민주당 이 대표다. 정부와 야당간 사사건건 불협화음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집권여당 대표가 어떻게 중재하느냐에 따라 정국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야권의 지형을 잘 살펴 강온전략을 제대로 구사해야 하고, 필요할 경우 청와대에 쓴 소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전당대회에서 `문재인 정부 성공과 총선 승리, 정권 재창출`을 다짐했던 그가 당 대표 수락 연설에선 "시급한 민생 현안은 여야 합의로 해결하고, 한반도 평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따르는 민생국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던 만큼, 이제 그의 탁월한 리더십을 보여줄 때다. 송충원 서울지사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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