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유성구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기존에 운행하던 휘발유차 대신 전기차를 구매했다. 지난해부터 기름값이 오르면서 업무 상 장거리 운전이 많은 김씨에게 유류비가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평균 판매가격이 4000만 원대로 높은 편이지만 충전 비용이 휘발유에 비해 10분의 1로 크게 저렴하다는 점이 김씨의 마음을 끌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보조금을 포함하면 판매가격도 2000만 원 초반대로 낮아져 경제적 부담이 덜한 장점도 있었다.

김씨는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을 포함하더라도 초기 구입비용이 휘발유차에 견줘 700만-800만 원 가량 비싸고 에너지 효율과 주유인프라 등이 아직 완벽하지 않아 구입을 망설였지만 국제 유가 상승 등으로 향후 기름값이 더 오를 것으로 판단해 전기차를 구입했다"고 말했다.

반면 사회초년생 이모씨는 자동차 초기비용 마련 문제로 고심한 끝에 휘발유를 사용하는 준중형 차량을 구입했다. 이씨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기름값 때문에 대출을 받아서라도 전기차를 구매하려 했지만 부담감을 떨치지 못해 이내 마음을 접어야 했다.

이씨는 "개인적인 경제 여건으로 휘발유차를 구입하긴 했지만 매달 소비되는 유류비로 걱정이 크다. 장거리 운행이 비교적 많지 않고 출퇴근 시에만 차량 이용이 많은 점도 휘발유차 구입 배경이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유가가 전국적으로 크게 오르며 대전 지역 차량 구매자들의 고민도 길어지고 있다. 판매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휘발유차를 구입하기엔 기름값이 부담스러운 반면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초기 구입비용이 높은 편이다. 경유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연비가 좋지만 구입가격이 많게는 300만-400만 원가량 비싸다.

휘발유 가격 인상에 따라 운전자들의 차량 선택에도 변화가 생기며 기름소비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전 지역 석유 소비량은 지난해 9월 기준 51만 5000배럴(휘발유+경유)에서 올해 동기 48만 2000배럴로 감소했다. 대전 석유 소비량은 전국적으로 유가가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8월 한 달을 제외하곤 1년 후 같은 기간 모두 줄었다. 기름값 상승으로 재정부담을 느낀 운전자들이 차량 주행량을 줄이거나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등으로 차량을 옮긴 데 따른 것이다.

25일 현대자동차 대전지역본부에 따르면 차량 구입자들은 휘발유, 경유를 대체할 수 있는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차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대전 지역의 지난 1년 간 휘발유 차량 계약 건수는 예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늘은 수준이다. 쏘나타LF의 판매량은 지난 7월 기준 13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대 늘었다. 엑센트는 같은 기간 33대에서 10대로 오히려 23대 감소했다. 반면 전기차, 하이브리드차는 판매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코나 일렉트릭은 지난 4월 출시 후 61대가 판매된 데 이어 7월 112대, 9월에는 189대까지 늘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도 지난 22일 기준으로 123대가 계약돼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많은 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대전지역본부 관계자는 "유가 상승세가 소비자의 차량 선택에 영향을 끼친 것 같다"면서 "하지만 차량 구입에는 목돈이 소요되는 만큼 초기비용 마련 문제를 포함, 운전자의 평소 운행 거리, 운전습관 등을 충분히 고려한 후 선택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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