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탐사기] 세종기지 아쿠아존

2018-10-25기사 편집 2018-10-25 08:5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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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기지는 지난 30년간 대한민국 최초 월동기지로서 세상의 끝에서 인류의 미래를 연구한다는 기치아래 해양, 대기, 생물, 지질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수행을 위한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오고 있다. 특히 세종기지는 맥스웰만의 마리안 소만 이라는 바다와 인접해 있기 때문에 해양 생물 연구를 위한 최적의 장소이다. 이러한 장점을 적극 살려 극지연구소에서는 해양 생물상 관찰, 기지앞 바다에 살고 있는 생물과 미생물들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특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며 그동안 짧은 기간 이었지만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기지 앞 바닷물은 영하의 가까운 차가운 물인데,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생물이 적응하며 살고 있는지, 즉 어떻게 산란하며 생존하는지, 그리고 이런 생물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자못 궁금해진다.

그동안 남극의 바다에 서식하는 생물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여러 가지 제약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일례로 실험을 위해 어렵사리 채집해온 남극 대구를 보존할 만한 장소가 마땅치 않아 김장용 빨간 대야에 보관했는데, 때로는 강한바람에 덮어 놓았던 뚜껑이 날아가기도 하였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연구결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하기만 하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우리 30차 월동이 시작된 2017년 초 연구소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세종기지에 실험용 어류를 보관할 수 있는 수조시설을 갖추게 되었다. 수조설치까지의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세종기지의 측지관측동 내의 공간을 활용하기로 하였는데, 현장에 가 볼 수 없기 때문에 측지관측동의 내부 설계도만 가지고 수조냉각 시스템을 계획하였다. 이는 한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촉박한 일정과 우여곡절 끝에 6개의 수조와 냉각장치들이 만들어졌고, 세종기지 리모델링을 위한 자재를 운반하는 선박이 있어 세종기지로 무사히 옮길 수 있었다. 하지만 남극이라는 녹녹치 않은 환경에서 설치의 어려움이 기다리고 있다. 수조가 무겁다 보니 이동에 무턱이나 애를 먹었다. 30차 월동대원 4-5명이 힘을 합쳐야 겨우 하나씩 측지관측동 실내로 옮길 수 있었다. 설치하는데도 약 1주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공간이 협소하여 배관과 펌프등을 설치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드디어 수조설치가 완료되었다. 이름을 지어야한다. 여러 가지 의견을 받아보기 위하여 기지에 체류하는 월동대와 하계대원을 대상으로 수조의 이름을 공모하였다. 많은 이름들이 제안되었고, 심의를 통해 최종'세종아쿠아존'이란 이름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이제부턴 본격적으로 낚시와 통발을 이용해 어류 채집이 시작되었다. 어류 채집중에 흔하지 않은 경사가 있었다. 30차 해양 대원이 운 좋게도 좀처럼 잡기 힘든 남극 어류의 꽃이라 불리는 남극빙어 (ice fish)를 잡은 것이다. 과거에서 바로 튀어나온 것 같이 생긴 이물고기는 척추동물 중 유일하게 빨강색이 아닌 흰색의 혈액을 가지고 있고, 특별히 남극의 추운 환경에 적응한 생물로서 연구가치가 매우 높다. 이때 채집한 남극빙어는 한국으로 옮겨져 유전체 분석을 거쳐 현재 남극의 물고기들이 어떻게 추운 환경에서 생존해 갈 수 있는지 유전적 비밀을 제공하는 아주 의미 있는 연구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세종아쿠아존의 탄생으로 그동안 주먹구구식으로 보관해 오던 남극 생물들을 온도와 염분을 조절해 가며 보관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세종아쿠아존은 남극 생물의 생리를 관찰 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기회를 제공하며, 세종아쿠아존의 어류는 하계대가 철수 할 때는 아라온호로 한국으로 옮겨져 남극생물의 적응과 생명의 신비를 밝히기 위한 유전체 분석에 이용된다. 김성중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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