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덕 한화이글스 감독
한용덕 한화이글스 감독
"가을 향기는 짧았지만 희망을 쏘아올렸다."

한화이글스의 2018시즌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반전의 해였다.

시즌 초 최하위권으로 분류됐지만 지난 7개월 동안 한화는 예상을 뒤엎고 화려하게 비상했다. 정규시즌 3위(77승 67패, 승률 0.535) 성적은 기적이었다.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는 넥센에 1승 3패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엔 실패했으나 어느 팀보다도 얻은 성과가 많은 닷새였다.

이번 가을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화는 KBO리그에서 가장 오래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했던 팀이었다.

한화는 2007년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2008년부터 지난 해까지 10년 동안 가을 잔치의 구경꾼으로 전락했다.

그 중 2014년까지 5차례나 최하위에 머물렀고 지난 해엔 8위에 그쳤다.

김응룡·김성근 전 감독 등 명장을 영입했지만 공회전일 뿐이었다.

한화는 올 시즌 `레전드` 한용덕 감독을 사령탑으로 세웠다. 한 감독은 연습생으로 시작해 선수시절 120승(118패 24세이브 평균자책점 3.54)을 올린 전설이다.

지난 3월 말 개막전부터 팀 앞에 붙은 `하위권` 별칭은 4월이 지나면서 `반전`으로 붙여졌다. 5월엔 17승 8패로 2위까지 치고 올랐다.

이후 한화는 SK와이번스와 치열한 2위 싸움을 펼쳤다. 시즌 막판엔 넥센의 추격을 뿌리치고 3위를 수성했다.

11년 만에 푼 가을야구 진출 숙원을, 준플레이오프 직행하는 쾌거를 따냈다.

한화의 대반전엔 한 감독의 팀 체질 개선이 주효했다.

한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지난 10년 간 팀을 잠식하고 있던 패배의식을 깨고 `고인물` 같은 한화의 분위기를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자율야구로 선수들에게 신뢰를 부어주면서도 나태하거나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면 베테랑이라도 과감히 배제했다. 나이는 어려도 경기 집중력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기용에 주저하지 않았다. 한 감독의 이런 `실력 위주`의 선수 기용은 내부 경쟁으로 선순환을 이뤄냈고 자연스레 신구조화를 끌어냈다. 이 과정에서 강경학, 정은원, 지성준, 김성훈, 김범수, 박주홍, 박상원 등 `한화의 미래 자원`들이 발굴됐다.

한화의 팀 구성은 두산이나 SK에 비해 완전하지 않다. 무엇보다 주전급 선수층(depth)이 얕다. 한화의 과제다.

한 감독은 지난 23일 준PO 4차전 경기를 마친 후 "전체적으로 우리 투수진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승부처에서 타이밍이 늦었고, 타선에서 할 수 있는 기술적인 부분도 미흡했다"며 "보완해야 하는 부분을 많이 느낀 포스트시즌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감독은 "선수들에게도 끝난 게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한 감독은 당초 부임 마지막 해인 3년 차 때 가을야구 진출을 목표로 했다. 그 목표를 예상보다 빨리 이뤄냈다. 올 시즌 한화의 가을야구는 끝났지만 한화의 새로운 시작은 지금부터다.강은선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강은선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