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수의 전통놀이 돋보기

임영수 관장
임영수 관장
요즘 초등학교 운동장 한편에는 페인트로 놀이판을 그려 놓았는데 대표적인 그림이 `망차기` 즉 `사방치기`다. 직사각형에 칸을 나누고 가운데에는 X자, 머리 혹은 시작점에 타원형을 그려 놓고 시작은 땅, 머리에는 하늘을 표시하거나 높은 숫자를 써 놓았다.

납작한 돌이나 옹기 깨진 것 혹은 네모난 나무를 던져 놓고 깨금발(앙감질)로 돌을 차며 돌아 나오는 놀이이다. 한 번 돌아 나오면 시작점에서 뒤로 돌아 돌을 뒤로 던진다. 그러면 돌이 떨어진 자리는 `내땅`이라며 표시를 한다. 이곳에 오면 깨금발을 하지 않고 편안히 두 발로 서서 통과한다. 이렇게 해 땅을 가장 많이 차지한 사람이 이기는 놀이다.

그런데 이 놀이는 일제 강점기 일본에서 들어온 놀이다. 일본의 `사방치기`는 서양에서 교육적 유희로 들어와 일본식 놀이로 변한 대표적인 것이다. 일본에서는 명치(明治)시대에 성행하였다.

서양에서는 네모난 칸에 지옥, 연옥, 고뇌, 탄식, 링보, 휴식, 하늘이라고 썼는데 링보는 지옥의 변경으로 그리스도 탄생 이전의 선인과 세례를 받지 못하고 죽은 어린이의 영혼이 머무는 곳이기에 종교적인 놀이였다.

이것이 19세기 말 일본으로 들어와 20세기 초 교토에서 성행했다. 일본에서는 1880년대 둥근밭이 유행했고 1900년에는 긴 네모밭, 1915년에는 네모밭, 1950년에는 달팽이밭, 그밖에 하인밭, 화자밭, 온천 순례밭 등이 인기 있는 놀이였다.

이런 놀이가 우리나라에 들어와 전국으로 퍼졌으며 지역마다 부르는 말이 달랐다. 평안도에서는 `망치기`나 `망깨차기`, 함경도에서는 `마우차기`, 중부지방에서는 `오랫말`, `말차기`, `목자차기`, `팔방차기`, `사방차기`, `깨금집기`라 불렀다. 청청도에서는 `백받침`, `딸기받침`, `받침놀이`, `엿차`, `서울찌까`, `하늘찌까`라 했고 세종시에서는 `사방치기`, 제주도에서는 `땅따먹기`, `고냉이 방치기`, `니시끼리`라고 했다. `니시끼리`라는 말은 일본에서 온 것으로 일본에서는 이 놀이를 `이시케리(돌차기)`라고 했다.

놀이를 시작하기 전에 `하늘과 땅`으로 두 편을 나눈다. 한 사람이 뛰고 있으면 옆에서 다른 사람은 "캥캥이 다시빠"라고 응원한다. `캥캥`은 앙감질이란 뜻의 일본말이다. `빠`도 일본말인데 그 뜻은 다리로 가위, 바위, 보를 할 때 `보`의 자세로 곧 양다리를 옆으로 벌린 자세를 말한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 놀이를 `캥빠`라고 부른다. 아이들 사이에서는 `이시케리`보다 `캥빠`라고 부르는 것이 보통이다.

일본은 전쟁을 많이 하는 나라다. 역사적으로 서로 전쟁을 해 땅을 빼앗고 전국이 통일되면 바다건너 육지로 진출해 땅을 빼앗으려고 전쟁을 일으키는 것이 일본이다. 그래서인지 일본에서는 땅따먹기 놀이가 유독 많다.

또한 일본은 자연재해가 많은 나라다. 화산폭발과 쓰나미, 지진, 그리고 해마다 여름에 가장 많은 태풍이 일본을 지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살기 힘든 일본땅을 떠나 내륙으로 진출하는 것이 꿈이다. 그 꿈을 사방치기에 넣어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어떠한가? 930번의 외침이 있었지만 우리가 남의 땅을 차지하려고 먼저 침략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욕심 없이 순박하게 살아온 우리 선조들의 정신을 땅따먹기 즉 사방치기가 갉아먹고 있다. 임영수 연기향토박물관장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