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철새도래지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 항원이 검출되자 당국이 방역 총력전에 나섰다. 이달 들어 청주와 군산, 파주, 창원 등 전국 4곳에서 잇달아 H5형 AI항원이 검출된 바 있다. 모두 저병원성으로 판명돼 다행이지만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올 들어 중국, 대만, 러시아 등 34국에서 490건의 고병원성 AI가 발생했고, 이들 유형의 66%가 국내발생 유형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국내를 찾는 철새의 주요 번식지인 러시아에서 AI 발생이 증가하고 있어 걱정이다. AI전파의 주범으로 지목지고 있는 철새는 이미 40만 마리 이상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으로 이보다 훨씬 많은 철새들이 전국을 누비고 다닐 것은 자명하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달부터 내년 2월까지를 `AI·구제역 특별방역대책기간`으로 정했다. 상황실을 24시간 비상체계로 운영하고 지방자치단체와 농가를 대상으로 지도를 강화하고 있다. 조사대상 철새도래지도 96곳으로 늘려 환경부와 합동으로 예찰을 하고 시료채취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강화했다. 오는 24일엔 국방부·지자체와 합동으로 전국 철새도래지에 대한 일제 소독에도 나서기로 했다. 발병 위험이 높은 지역에 대해선 내년 4월까지 오리 사육제한도 추진한다.

발생도 하지 않았는데 너무 과잉대응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AI는 한번 발병하면 그 피해가 이만저만 심각한 게 아니다. 수십, 수백만 마리의 닭과 오리 등 가금류가 살처분된다. 방역을 위한 인력이 밤낮으로 매달리는 것은 물론 인구와 차량이동 제한 등으로 경제적 활동도 위축된다. AI가 종식될 때까지 그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지난 2016년 11월 발생해 이듬해 봄까지 4개월간 창궐했던 AI로 닭과 오리 3800만 마리가 사라졌고 1조 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이 같은 일이 재발되어선 안 된다. 예방 방역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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