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칼럼] 보약

가을은 상대적으로 보약을 먹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계절이다. 사실 보라는 개념은 한방의 이론이다. 한의학에서는 평상시 건강한 상태를 평이라고 보는데, 이는 신체 상태가 평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반면 질병은 여러 원인에 의해 평형이 깨지면서 한쪽으로 치우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균형이 깨진 것의 치료방법은 간단하다. 원래대로 균형을 회복하면 된다. 올라간 것은 아래로 내리고 반대로 내려간 것은 올려주는 것이 아니라 남는 것은 덜고 부족한 것은 채우는 것이다.

임상에서 보면 튼튼한 사람은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이 최고다. 부모님이 젊고 건강하면 최상의 조건이며 한방에서는 이를 선천적인 요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선천적으로 좋아도 운동 등 적절한 몸 관리를 하지 않아 건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반대로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했어도 후천적으로 몸 관리에 신경 쓰고 부족할 때는 보약 등으로 조리하면 건강한 몸으로 장수할 수 있다.

밥이 보약이라는 말이 있는데 규칙적인 식사와 적당한 운동을 하면 굳이 보약이 필요 없는 것은 사실이다. 가끔 대중 매체에서 어느 한 가지 약초를 만병통치약처럼 광고하는데 사실이라면 종합병원이 필요 없을 것이다. 혈압, 당뇨, 암 등 모든 병이 약을 하나 먹으면 다 나을 수 있다는데 세상에 그런 것은 없다.

대표 약초인 인삼을 보더라도 부작용이 있는 환자가 의외로 많다. 가장 심한 경우는 인삼성분이 들어간 음료만 먹어도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있다.

개원 초기만 해도 육체적 피로가 많아서 육체를 보하는 보약이 많았는데 몇 십 년이 지난 지금은 정신적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가 많아지고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육체적 피로에 비해 정신적 피로가 증상이 적어 덜 아픈 것 같지만 정신적인 병은 상대적으로 더 복잡하고 효과가 나기 힘들다.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역대 임금의 건강상태에 대해 자세히 나오는데 팔도에서 올라온 귀한 진상품을 먹는 임금은 병이 없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여러 원인에 의해서 피로를 호소하는 것이 문헌에 남아 있다. 요즘으로 말하면 만성 피로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피로도 병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보약을 복용하려면 전문적인 한의사에게 진단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격이 비싸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본인 체질에 맞는 보약이 최고인 것이다. 구원회 <구원회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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