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유은혜 교육부 장관 청문회와 이은애 헌법재판관 청문회가 있었다. 이번 청문회에서도 마찬가지로 후보자의 도덕성을 살펴보는 항목 중에 단골 메뉴처럼 나타난 적폐가 있다면 `자녀교육을 위해 부모로서 어쩔 수 없었다는 위장전입 문제`이다. 유은혜 장관은 1회 위장전입 의혹이 나타났고, 이은애 헌법재판관의 경우 판사 재직 중 위장전입 의혹이 무려 7회나 된다. 이런 일은 왜 사라지지 않고 계속 우리 사회에 존속하는지 유감이다.

위장전입까지 불사하면서 자식을 성공시키려는 한국교육문화의 저변에는 맹모삼천지교의 영향이 크지 않았나 생각된다. 맹모삼천지교는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세 번 이사 한 고사에서 나온 말인데, 이는 중국 한(漢)나라 때의 책 《열녀전(列女傳)》을 통해 알려졌다.

《열녀전》을 읽어보면, 맹자가 처음 살던 곳이 묘지 근처라 곡소리 하면서 놀이를 했고, 이를 보다 못한 맹자 어머니가 아들을 위해 시전(市廛)이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한다. 그랬더니 이번엔 장사 흉내만 냈다. 이래서는 이재(理財)만 아는 사람이 될까 걱정이 되어 다시 이사한 곳이 서당(書堂) 주변이었다. 이제야 맹자가 책을 보고 글을 읽으며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알고` 군자로서의 바탕을 다지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어디에도 맹모가 불법을 자행해서 맹자를 성공시키려 했다는 말은 없다. 그런데도, 맹모삼천지교가 한국에서 잘못 이해되어 자식의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라면 위장전입과 같은 불법을 저질러도 용인되는 교육문화로 정착된 것은 심히 유감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대열에 서 있다. 이는 다른 나라와 함께 세계를 경영하고 세계인과 국제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세계인류 사회문화에 이정표를 제시하는 국가가 된 것을 의미한다. 이런 시대에 내 자식의 성공만을 위해서 자녀교육을 고집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참된 자녀교육은 어떤 것일까?

공자의 제자 증자(曾子)는 어느 날 그의 아내가 장 보러 가는데 어린 아들이 따라가겠다고 우는 것을 보게 된다. 이때 증자의 아내는 "집에 얌전하게 있으면 돌아와서 돼지고기 삶아줄게"하고 아들을 달랬다. 장을 보고 돌아오니 증자가 유일한 재산인 돼지를 잡고 있었다. 아내가 놀라서 왜 돼지를 잡느냐고 노발대발하니, "아이와 약속하지 않았냐 ?"고 반문을 하였다. 증자의 자녀교육 첫 번째는 이처럼 부모와 자식 간의 약속을 실천하는 `믿음과 신뢰의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봤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 증자의 아들이 부잣집 아들과 친구가 되어 그 집에 자주 드나들었다. 이것을 안 증자는 당장 짐을 꾸려 산 넘어 다른 마을로 이사 갔다. 영문을 몰라하는 아내에게 "남 잘사는 것을 알면 나 못사는 것에 낙심하고 남처럼 못사는 부모를 업신여기게 되며, 스스로 잘되려고 노력하는 마음에도 금이 가게 되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증자의 자녀교육 두 번째는 `자립·자조하는 교육`으로 삼았다.

또 증자는 다른 아이들과 어울려 놀 때는 새 옷을 헌 옷으로 갈아입고 놀게 했다. 이는 누더기 옷을 입은 아이들에게 소외감을 주지 않고, 또래끼리의 친화에 위화감을 주지 않으면서 아이들과 잘 지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곧 `남을 배려하는 교육`을 세 번째 자녀교육으로 삼은 것이다.

증자의 삼계야말로 참된 자녀교육의 표본이라 본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많은 부모는 출세교육을 자녀교육의 핵심으로 삼았다. 자식이 일류대학에 가고 성공만 한다면 부모의 불법은 불가피한 것으로 생각해 왔다. 출세교육을 열심히 한 사람과 열심히 받은 사람이 장관도 되고 헌법재판관도 되고 할 수는 있겠지만, 대한민국 교육수장으로 존경받고 헌법재판관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더 이상 내 자식만을 위한 출세교육이 아니라 내 자식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까지 고려하는 증자삼계식 인간중심-도덕교육으로 한국의 자녀교육은 재무장해야 할 것이다.

전일욱(단국대 공공관리학과 교수) 백범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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