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특별시 대전의 경쟁력은 무엇이어야할까? 그것은 과학기술과 사회적가치가 융합된 가치콘텐츠에 있다고 생각한다. 원래 테크놀로지의 어원인 그리스어 `테크네(Techne)`는 서로 다른 이런저런 것들을 꼬아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행위를 뜻한다. 즉 이질적인 것을 함께 만나게 해서 창조적인 일을 실현하고 새로운 가치를 생성시키는 행위이기에 융합이라는 본질이 함축되어 있다. 이 테크네가 4차산업혁명시대에 인간을 위한 가치 콘텐츠로서 사회적가치와의 융합을 요구 받고 있다.

그래서 이번 정부도 사회적가치 실현을 중요 공약으로 내세웠다. 사회적가치 영역으로는 ISO26000에서 제시한 거버넌스, 인권, 노동, 환경, 소비자, 공정, 지역사회가 있다. 과학기술은 이런 사회적가치 영역에서의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해외사례를 살펴보자.

독일의 린다우라는 작은 마을 등대위에 설치된 `퓔로미터`는 웃는 얼굴, 찌푸린 얼굴, 무표정한 얼굴 등 사람의 감정과 정서를 표현 할 수 있는 커다란 얼굴 형태의 철제 구조물이다. 여기에 설치된 LED 램프는 마을 사람들의 표정을 실시간으로 반영해 준다. 마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곳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프라운호퍼에서 제작한 컴퓨터 비전 인식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의 표정을 실시간 캡처해서 가장 많은 얼굴표정으로 구조물의 눈과 입 모양을 바꿔주는 방식이다. 이 구조물이 지역의 아이텐티티와 브랜드를 형상화하게 되어 린다우 마을은 특색 있는 관광지가 되었다. 과학기술이 지역사회와 결합해 지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낸 사례이다.

터치드 에코는 골진동 음향 재생 기술을 통해서 실내의 폐쇄된 공간이 아닌 야외에서 박물관 또는 기념관 역할을 한다. 독일 드레스덴의 브륄의 테라스공원 가드레일 위 `13.2.1945`라고 쓰인 표지판이 있는 곳에 팔꿈치를 대고 손으로 귀를 막으면 2차 세계대전 당시 1945년2월13일의 공습과 폭격의 굉음이 들린다. 쓰라린 상흔을 지닌 역사적 현장을 체험하고 인권을 기념하는데 꼭 많은 돈을 들여 웅장하게 박물관이나 기념관을 짓지 않고도 그 소임을 다하고 있다. 이처럼 과학기술이 인간을 위한 목적과 융합될때 새로운 가치 콘텐츠가 만들어 진다.

프렌즈 오브 디 어스(FOE,지구의 벗)의 독일 이름인 분드(BUND)의 트리 콘서트는 과학기술이 환경보호라는 사회적 가치를 담아 성공한 사회공헌 프로젝트이다. 이 콘서트는 100년이 된 밤나무 밑에 고분자 분리막 필름을 기하학적 패턴으로 구조물을 설치하고 밤이 떨어지는 것을 감지하는 빛 센서와 음을 내는 센서를 설치해서 음악소리가 들리도록 한 것으로 이 음악에 매료된 사람들이 QR코드를 통해 기부금을 낸다. 대전시에서도 매봉산을 보호하는데 적용해 보면 어떨까?

환경문제에 관한 또 다른 사례는 뉴욕 허드슨강 35번 부두의 `디지털 에코 파크 리버 글로 Pier 35 Eco Park River Glow`이다. 허드슨강의 LED 전구들이 Ph 농도를 측정 해서 산성 또는 알칼리성으로 변하면 그에 따라 빛이 변하고, 전구에 부착된 솔라 패널이 낮동안 흡수한 태양열로 전기를 공급해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전구가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면서도 수질을 검사해 도시환경과 시민의 건강을 지키는 가치 콘텐츠가 됐다. 이 아이디어도 대전 갑천이나 대청호에 적용해 보면 좋을 듯 하다.

빅워크는 국내 사회적기업으로 GPS 기술을 활용해 걷는동안 100미터 마다 10원씩을 적립한다. 이 적립금은 기부금으로 사용된다. 빅워크에는 스폰서 기업들이 있어서 사용자의 적립금액을 대신 지불해준다. 빅워크는 과학기술을 활용해 개인과 기업의 사회적책임(CSR)을 대행해 주는 콘텐츠이다.

이처럼 가치를 발현하는 과학기술일때 4차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또한 대전시를 다시 이노베이션하고 리노베이션하는 파워가 될 수 있다. 4차산업혁명특별시 대전의 경쟁력도 결국은 이러한 사회적가치를 담은 콘텐츠에서 결정될 것이다.

박은일 특구진흥재단 미래전략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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