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북한이 국제특허와 국제상표 몇건을 출원하였다는 기사를 접하였다. 주변 사람들은 북한이 국제특허출원을 기반으로 국내 특허출원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PCT 조약 국가라는 사실에 의외라는 표정을 짓는다. 북한 특허청(국가과학위원회 산하 발명위원회)은 1974년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에 가입한 이래 거의 대부분의 지식재산권 관련 국제조약에 우리나라보다 먼저 가입하였다. 즉, 북한은 엄연한 PCT 조약국이며 이는 대만이 PCT 조약국이 아니어서 국제출원 후에 국내 단계 진입할 수 없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베트남 등 사회주의 국가들이 경제가 개방됨에 따라 외국과의 경제관계가 긴밀해지게 되었고, 필연적으로 외국의 지식재산권의 보호문제가 대두되었다. 특히 자국에 등록되지 않은 유명상표의 보호에 대한 선진국의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북한 역시 경제가 개방되고 활성화되면 당연히 지식재산권의 보호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이다. 최근 세 차례나 남북정상이 만나면서 향후 남북 간 교역규모 확대가 예상되는데, 북한의 비핵화가 완성되어 UN의 경제제제가 풀리면 대한민국과 북한은 단순한 위탁가공 수준을 벗어나 상품과 서비스의 교류가 확대될 것이다. 특히 이미 공개된 기술은 북한에 출원하더라도 특허받을 수 없고, 결국 미래 기술을 출원하고 보호받게 되는 특허권 보다는 이미 판매되는 상품의 표장도 출원하여 등록받을 수 있는 상표권은 우리기업의 경제활동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최근에 한국 기업들이 북한에 상당수의 상표출원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북한 내 대리인 선임 문제, 한국기업 출원 불인정 정책 등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한국기업의 북한 내 지재권 등록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다. 물론 대한민국 헌법 상 북한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어 이론적으로는 한국에서 등록된 상표 또는 특허 등 지식재산권의 효력이 북한영토에 미치는 문제도 존재한다. 물론 통일이 이루어질 시점 또는 그 이전에 경제교류가 활성화되는 시점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이러한 문제의 절충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몇 년 전 특허법원 판사를 역임한 변호사가 사석에서 필자에게 북한 김일성대학에 가서 지식재산권 강의를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얘기를 하면서, 지식재산권 문제는 남북한이 이데올로기를 떠나 공동의 관심 영역이 될 수 있는 부분이며, 남북한이 제일 먼저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한 것이 떠오른다. 과거 중국 특허청이 자리 잡을 때 유럽특허청에서 심사관 교육과 심사인프라를 적극적으로 지원한 바 있다. 유럽특허청은 중국에서의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가 유럽기업의 이익과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기업의 이익과 북한 경제의 활성화는 모순되는 관계가 아니다. 서로의 이익을 위하여 본격적으로 북한과의 지식재산권 정책 교류와 함께 북한 특허청의 인프라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박창희 특허법인 플러스 대표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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