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일보DB]
[대전일보DB]
지난 20일 가족과 함께 설악산을 찾은 대전에 사는 A씨는 산행을 하기도 전부터 기분이 언짢았다. 설악산 국립공원 입장 게이트부터 사람이 길을 가로 막고 1인당 3500원을 요구해 온 것.

A씨는 "설악산은 사찰 지역이 아닌 다른곳만 방문하려는 사람에게도 똑같이 3500원의 금액을 징수하고 있다"며 "이날 5만명 이상이 설악산을 방문했으니 약 1억원의 이상의 요금이 징수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가을 등산철이 되면서 국립공원 문화재 관람료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22일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는 `국립공원 내 사찰의 입장료 불법징수 해결해주세요` `국립공원 사찰 입장료 징수 폐지` 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일부 게시자는 "길 막고 산적질 하는 사찰"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등산객들은 사찰에 들어가거나 문화재 관람 의사가 없는데도 관람료를 내야 하는데에 불만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까지 국민신문고 등에 접수된 국립공원 관련 민원 946건 중 문화재 관람료 징수 관련 민원이 194건(20.5%)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동학사, 갑사 등이 위치한 대전 계룡산은 설악산, 지리산 등에 이어 문화재 관람료 관련 민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문화재 관람료 징수 방식도 포함돼 있었다.

현재 문화재관람료를 징수하는 63곳의 사찰 중 카드결제가 가능한 곳은 35곳에 불과하다. 동학사와 갑사, 신원사 등 계룡산 국립공원 내 사찰들은 3000원의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지만 이 중 카드결제가 가능한 곳은 동학사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문화재관람료 갈등 해법으로 관람료를 받지 않고, 국가나 지자체가 전통문화보존을 지원하는 방안을 언급했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문화재청도 올해 1월 조계종단과 문화재청 등 관련 부처들이 모여 사찰 문화재 관람료 문제를 안건으로 올렸지만,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조계종 측에서 "현재 사찰이 문화재관람료를 받고 있는 국립공원 토지 중 일부는 국유지가 아닌 사찰의 사유지에 해당한다"며 맞섰기 때문이다. 다만 조계종측은 등산객들의 편의를 위해 신용카드 결제는 독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관람료 폐지건은 환경부, 문화재청, 각 지자체 등 관련 부처와 논의를 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카드결제도 조계종단의 재정투명화를 위해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저작권자ⓒ대전일보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원세연
저작권자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