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세계적 철새도래지 천수만 가보니

21일 가을걷이가 끝난 천수만 농경지에서 떨어진 낙곡을 먹던 철새들이 인기척에 놀라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박계교 기자
21일 가을걷이가 끝난 천수만 농경지에서 떨어진 낙곡을 먹던 철새들이 인기척에 놀라 날아오르고 있다. 사진=박계교 기자
끝이 보이지 않는 바둑판 모양의 농경지에 듬성듬성 이가 빠진 것처럼 논바닥이 드러났다.

가을걷이가 한창인 천수만 간척지는 굉음을 내는 콤바인 소리와 함께 지난 여름 내내 폭염을 이겨낸 벼의 실한 알곡이 포대에 담긴다.

콤바인이 훑고 지나간 논에는 금새 떨어진 낙곡을 주워 먹기 위해 새들이 내려앉는다.

배부른 새들은 인근 청지천에서 한가하게 유영한다. 한폭의 풍경화를 연상케 하는 장면이다.

해마다 우리나라 전체 쌀 생산량의 1%에 육박하는 천수만 AB지구(A지구 6376㏊, B지구 3745㏊) 간척농지의 가을은 농부나 새들에게 풍요로움을 준다.

특히 간척농경지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담수호인 간월호(2647㏊)와 부남호(1527㏊)가 생기면서 철새들을 위한 최상의 서식환경이 조성, 이곳이 세계적 철새도래지가 된 이유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철새들에게서 조류독감(AI)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철새가 감상의 대상에서 이제 경계의 대상이 됐다.

서산버드랜드에 따르면 현재까지 천수만에 날아든 철새는 30-40여종, 1만 2000여 마리가 목격되고 있다.

본격적으로 겨울철새가 날아오는 이달 말부터 11월경이면 수십만 마리가 천수만에서 잠시 쉬었다가 내년 초쯤 시베리아로 넘어간다.

지난해는 여름·겨울철새를 합쳐 천수만에 100여종, 23만 마리의 철새가 온 것으로 집계 됐다.

서산시는 매년 서산버드랜드에서 이곳의 특성을 살린 철새를 테마로 한 `철새기행전`을 열고 있지만 전국 철새도래지에서 수시로 들리는 AI 소식에 뒤숭숭하다.

시는 올해도 27-28일 이틀 간 `2018 서산버드랜드 철새기행전`을 기획하고, 백미인 천수만 간척지 일대를 돌아보는 철새탐조투어의 경우 내달 25일까지 토·일요일에 운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AI가 발생할 경우 이를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

서산버드랜드 관계자는 "철새들이 많이 와 있는 곳을 예찰 할 때 죽은 철새를 보면 가슴이 철렁하다"며 "지난해 천수만에서 발생한 AI가 다행히 저병원성으로 확정 돼 안도했으나 아무래도 올해 모든 촉각은 AI에 맞출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시는 지난달부터 내년 2월 28일까지 농업기술센터에 AI·구제역 특별방역대책 상황실도 운영,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AI 유입차단을 위해 철새도래지 진·출입로의 소독 강화와 철새도래지 주 출·입로 통제초소 운영, 공동방제단 소독, 철새도래지 인접농가 생석회 공급, AI 주요방역조치대상농가 전담공무원 지정운영 등 특별 관심이다.

천수만 주변 가금류를 사육하는 농가도 긴장의 수위가 높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보균(고북면 남정리) 씨는 "매일 농장 소독과 외부인 출입 차단을 철저히 하고 있고, 혹여나 방역에 미진한 부분은 없나 다시 한 번 꼼꼼히 방역 점검을 하고 있다"며 "벌써 철새가 논에 많이 날아와서 큰 걱정인데, 올 겨울도 무사히 AI 발생 없이 넘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관희·박계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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