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2년간 수도권 기업 이전 하나도 없어

엊그제 천안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시정질문에서 천안시의 기업유치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질의가 눈길을 끌었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활력이 떨어지는 마당에 외지에서 몰려오던 기업들의 발길이 끊어진 것도 모자라 아예 지역을 떠나는 기업이 늘고 있는데 시가 손을 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책이 이어진 것이다.

한때 천안 일대는 수도권에서 이전해 오는 기업들로 성시를 이뤘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가 지속되고 지방자치단체의 기업유치 활동이 빛을 발하면서 천안으로 이전해온 수도권 기업은 지난 2009년 57개, 2010년 60개 등에 달했다. 이로 인해 천안 일대는 고용 창출은 물론 생산과 소비 증대로 이어지는 등 호황을 구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영화와 명성은 점차 퇴색되고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수도권 규제를 하나씩 완화하자 지방으로 이전하려는 기업들의 발길이 끊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2015년과 2016년까지는 각각 4개와 5개의 수도권 기업이 천안으로 이전해 왔으나 지난해와 올해는 이전한 기업은 단 하나도 없었다. 이전은커녕 되레 빠져 나가는 기업들의 수는 점차 늘고 있다. 최근 5년간 18개의 기업이 천안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해 나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충남 서북부권의 핵심이랄 수 있는 천안은 아산과 더불어 100만 명의 인구를 수용하고 있으며 수많은 대학을 통해 우수한 인재들이 배출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나 현대자동차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입주해 기업활동이 왕성한 편이다. 교통과 주거환경도 양호하고 문화활동을 위한 공간도 점차 늘고 있다. 비교적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이들 지역의 수도권 기업 이전이 중단됐을진대 충남 서남부권이나 내륙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다. 가뜩이나 지속적인 인구 감소에다 고령화로 지방소멸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마당에 기업들마저 지방을 외면하는 것은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이나 지방 경쟁력에 치명적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이전해 오지 않고 되레 떠나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전적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 때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그 영향이 심대한 것은 사실이다. 규제가 풀린 마당에 구태여 지방으로 향할 기업이 있겠느냐는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기에 이르렀다. 기업의 지방 기피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시작된 수도권 규제 완화 조치들은 지방의 활력을 크게 떨어트렸다. 비수도권 자치단체장을 비롯해 지방의 기업인 단체들은 수도권 규제 완화를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정권 담당자들은 되레 수도권 규제 조치들을 하나둘씩 해제해 버렸다. 이런 실상은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지방을 살리겠다는 의지와는 달리 정책이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지방 기피는 지자체 차원의 노력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심각성은 더욱 크다.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기껏해야 행재정적 인센티브를 주거나, 생활 편의 증진을 위한 문화 향유 기회 확대 등이다. 천안시 역시도 기업 유치를 위해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지원을 비롯해 이주기업 근로자에게 이주비 등을 지원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재정적 한계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방을 꺼려하는 기업주와 고용시장의 벽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집중은 수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주택 교통 환경 등이 대표적이다. 역대 정권이 수도권 팽창을 제어했던 것도 단지 수도권 만의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의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지방소멸의 위기감에 심리적 박탈감까지 가세하면서 사회적 갈등으로 번지고 종내는 국가의 경쟁력마저 약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당장 수도권 규제 강화하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해 보이는 이유다.

김시헌 천안아산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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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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