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논에서 만난 농업인 김용길(61)씨는 올해 작황여건이 좋지 않았다며 아쉬워하면서도 그나마 올해는 숨통이 트였다고 한해 농사의 소회를 전했다. 올 여름 폭염과 잦은 강수로 벼 수확량이 지난해 비해 10% 정도 줄었지만 가격이 오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수확한 햅쌀은 80㎏ 도매가 기준 15만 원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여름철 이상기온으로 수확량이 줄며 가격이 19만 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쌀 판매로 김씨가 벌어들이는 수익은 인건비, 농기구 관리비, 모종비 등 농가 운영비용을 빼면 661.1㎡ 당 20만 원 정도다. 농기계를 보유하고 있고 직접 임대해 관리하는 농지가 4만 6280.9㎡인 것을 고려하면 김씨가 지난해 농사로 손에 쥔 금액은 14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휴농기 생활을 유지하고 이듬해 농사에 드는 초기비용을 마련하려면 최소 2000만 원 이상 필요하다. 올해는 지난해 대비 쌀값이 오르면서 2600만 원 수준까지 수익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씨는 마냥 즐거워할 순 없다. 쌀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이 차가워지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수확철 정부에서 낮은 쌀값에 대한 보완책으로 평년보다 쌀을 더 많이 수매한 데 이어 올해 벼 농사가 흉년인 것이 겹치면서 시중 물량이 더 적었다"며 "1년 농사를 지어 비교적 높은 값에 쌀을 팔 수 있어 좋긴 하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 쌀값은 예민한 부분이기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고 말했다.
전국 벼농가 사정도 마찬가지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산지쌀값조사`와 `2018년 쌀 예상생산량 조사`에 따르면 올해 쌀 가격은 지난 5일 도정을 마친 정곡(일반계, 20㎏) 기준 4만 869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만 7723원에 비해 29%가 올랐다. 올해 전국 예상 쌀 생산량은 현백률 92.9%(9분도) 기준 387만 5337t으로 지난해 비해 2.4% 감소했다. 재배면적 또한 지난해 75억 4713만㎡에서 올해 73억 7769만㎡로 2.2% 줄었다. 대전지역 예상 쌀 생산량도 올해 5474t으로 지난해 비해 0.2% 감소했으며, 재배면적은 지난해 1109만㎡에서 올해 1108만㎡로 0.1% 줄었다. 수확량이 줄어들며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쌀값이 오르면서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밥상물가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쌀값이 오르면 전체적인 생활물가 또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대전 서구의 한 대형마트를 찾은 시민 박모(38)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쌀값이 이렇게까지 비싸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가족들이 먹는 주식인 쌀을 사지 않을 순 없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푸념했다. 또 다른 시민 김모(42)씨는 "농가 입장도 중요하지만 시민들이 마음 놓고 쌀을 구매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적절한 수급대책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김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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