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에서 음식을 먹은 뒤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가는 무전취식이 횡행해 음식점을 운영하는 상인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계속되는 경기침체로 음식점 폐업을 고민해야 할 상황에서 무전취식자까지 잇따르면서 가게문을 닫아야 할지 말지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는 것.

지난 9월 유성구 봉명동의 한 유흥주점에 40대 여성이 100만원 상당의 술을 주문했다. 주인과 종업원이 다른 손님을 받는 사이 이 여성은 계산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달아났다. 돈 없이 남의 음식을 먹고 도망가는 무전취식범, 이른바 `먹튀족`이었던 것이다. 주점 주인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여성은 술값을 지불하고서야 풀려났다.

이달 초에는 유성구 봉명동의 한 식당에 입장한 30대 중반 남성이 1만원 상당의 음식을 주문해 먹고는 달아났다 주인의 신고로 체포됐다.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음식을 먹은 뒤 다른 사람에게 돈을 받아서 준다는 이유를 든 채 식당 밖으로 나가 그대로 줄행랑 친 것으로 드러났다.

음식점 주인들은 일일이 신고를 하자니 번거롭고 가만히 있자니 손해를 보는 상황에 한숨만 내쉬고 있다.

유성구 구암동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박모(55·여)씨는 "무전취식자들은 주로 담배를 태우고, 전화를 받고 오겠다는 말로 자리를 뜨는 수법을 쓰면서 도망간다"며 "그런 사람들을 일일이 붙잡을수도 없고 그 돈 받자고 신고를 하려니 번거롭다. 가뜩이나 장사도 안되는데, 음식점을 계속 운영해야 할지 말지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불경기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액수가 만만치 않은 무전취식 범죄는 자영업자들에게 실질적인 타격으로 다가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대전의 자영업 폐업률은 12.3%로 광주, 울산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동기간 신규사업자 대비 폐업률은 79.9%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대전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것이 결코 녹록치 않음을 나타내 주는 대목이다.

경기침체와 맞물려 사회 문제로 떠오른 `무전취식`이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것은 처벌 수위가 약한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무전취식은 경범죄로 분류돼 1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처분을 받는 것이 전부다. 일각에서는 CCTV가 없는 영세 식당의 경우 무전취식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경찰 관계자는 "무전취식에 대한 처벌 수위가 약한 것이 사실이다. 처벌을 강화하는 것도 무전취식을 줄이는 한 방법"이라며 "당장 식당 주인들 입장에서 무전취식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음식값을 선불로 받는 등의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원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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