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이스라엘 농업연구청과의 업무협의를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차창 밖 도로변에 자라고 있는 가로수와 꽃을 구경하면서 공항에서 텔아비브 시내로 들어가고 있는데, 이스라엘에서는 나무와 풀 어느 하나도 인공적으로 물을 공급받지 못하면 자랄 수 없다는 현지 안내자의 말을 듣고 이스라엘 농업에 대해 새롭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스라엘은 국토면적(2만 770㎢)이 우리나라의 1/5의 크기로 경상북도와 비슷하다. 또한 국토의 60% 이상이 사막지대이고 연간 강수량은 300-600㎜에 불과하다. 강우는 주로 겨울에 집중되고 그 밖의 시기에는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어 작물생육에 매우 불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작물을 재배하고 있는 농경지의 대부분은 척박한 모래땅이다.

턱없이 부족한 강수량, 국토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사막지대, 척박한 모래토양, 사시사철 뜨겁게 타오르는 태양 등 이보다 더 농업에 불리한 조건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처럼 열악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고 최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세계적인 농업국가로 발전하였다. 이스라엘의 농업을 불모지에서 최상의 농업환경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이었을까? 흔히 이스라엘의 국가발전을 가능하게 한 요인으로 탈무드로 대변되는 가정교육, 기브츠와 모샤브의 공동체 정신, 이스라엘 사람 특유의 도전정신을 뜻하는 `후츠파` 등을 들고 있다. 이스라엘의 농업도 이러한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오늘날 세계적인 농업강국으로 발전되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이스라엘 농업에서 주목할 만한 몇 가지 특징적인 요소들을 살펴보면 이스라엘의 농업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스라엘의 농업은 그 시작부터 쉽게 해결하기가 어려운 여러 가지 난관에 직면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러한 불가능에 가까운 난제들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오늘의 이스라엘 농업을 이룩하였다. 물 부족은 스프링클러나 점적관수 등 수분공급 장치의 개발을 통해 해결하였고, 척박한 토양은 양액공급시설을 개발·설치하여 개량할 수 있었다. 그리고 뜨거운 태양은 다른 문제들이 해결되자 자연스럽게 풍부한 일사량으로 작용하여 당도증진 등 농산물의 품질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 말하면 이스라엘은 발상의 전환을 통하여 이러한 농업의 복합적인 문제점을 해결함으로써 균형적이고 적절한 수분과 양분의 공급, 풍부한 일사량 등 최적의 작물재배 3요소를 구비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이 다른 국가들처럼 농업에 불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다고 체념하고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이스라엘 농업은 없었을 것이다. 이스라엘 농업의 성공사례는 국민들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의 산물인 것이다. 부족한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생활용수는 반드시 재활용하여 농업용수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땅속에 호스를 깔아 물과 양분을 공급하는 점적관수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였고, 이 기술제품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다. 또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조성된 최적의 재배환경에서 재배된 이스라엘의 농산물은 그 품질이 우수하여 각국으로 널리 수출되고 있다. 농산물의 품질향상을 위한 품종개발에도 주력하여 특히, 채소와 화훼분야에서 우수종자를 널리 개발하여 세계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이스라엘은 열차단 시설하우스 지붕자재, 낙농목장의 고온을 식혀주는 살수장치, 젖소 부착 센서를 통한 최적의 생육관리시스템 등 자국의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수많은 실용적인 농업기술을 개발하여 농업현장에서 널리 활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농업, 특히 작물재배는 자연환경 조건에 크게 좌우된다. 우리나라의 농업도 최근 들어 부족한 농경지, 폭염과 혹한의 빈발, 물 부족 문제의 심화, 온난화의 진전 등 전반적으로 작물생육에 불리한 조건들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가 앞으로 한국농업이 해결하여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여기에 이스라엘 농업이 이루어낸 성공 사례들이 좋은 교훈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응본 공주대 겸임교수·전 농촌진흥청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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