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력이나 경력으로 후배들의 롤 모델이 될 만큼 자질을 갖추고 있고 좋은 작품들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그동안 턱없이 부족한 수입과 빈궁한 삶을 인내해 왔으나 이제는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진지하게 전업을 생각하는 중이라 한다.
음악을 하는 후배들의 삶도 누구 하나 녹녹함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재능이 탁월한 후배들이 전혀 다른 업종에서 체념하듯 살아가는 게 다반사이며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들 역시 살아간다기보다는 버티고 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게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개인지도나 학습, 공연들을 통해서 소소한 수입을 얻을 수 있는 분야는 어찌 버티기는 하겠지만 이마저도 할 수 없는 문학이나 순수 예술인들은 매일 생계와 예술지킴의 갈림길에서 갈등하고 있다.
문화, 예술인들은 그들의 재능을 통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가고 행복을 심어가는 파수꾼들이다. 사후에 예술성을 인정받아 그들의 작품이 천문학적인 가격으로 거래되고 뒤늦게 명곡으로 곳곳에서 연주돼 들려질 지라도 이 시대에서 잠재적 대가들일지도 모르는 그들에게 동일한 삶을 요구 하는 건 너무 가혹하다. 경제 선진국의 문턱을 넘고 있는 이즈음에 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문화의 꽃씨를 뿌리는 비용으로 사회 전반에 인식돼야 한다. 지금 고민하고 만들어 가는 예술인 복지정책들이 하루 빨리 실행돼서 오랜 가뭄과 영양 부족으로 시들어 가는 예술나무들에게 해갈의 단비로 하루 속히 뿌려 지길 바란다. 이들이 깊게 뿌리 내릴 때까지 우리 모두가 그들의 바람막이가 됐으면 좋겠다. 박홍순 대전 민예총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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