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갯머리 송사라는 말이 있다. 부부가 함께 자는 잠자리에서 아내가 남편에게 바라는 바를 속살거리며 청하는 일을 뜻한다.

이 말은 본래 침변교처(枕邊敎妻)에서 유래 됐다. 아내를 가르치는 데는 베개를 베고 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다시말하면 너무 딱딱하게 가르치면 그 효과가 적으니 누운 자리에서 가르치는 것이 오히려 좋다는 말로 사용됐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원래의 뜻과는 다르게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이고 있다.

그렇다고 베갯머리 송사가 반드시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생활에 지친 남편에게 베갯머리에서 부인의 따뜻한 위로의 말 한마디는 그 어떤 것보다 큰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에 있는 남편에게 직무와 관련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베갯머리 송사만 아니라면 긍정적인 측면도 많다고 할 수 있다.

충북도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현안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베갯머리 송사를 적용해야 할 사업들이 있다.

이중 대표적인 사업이 이웃 지자체인 세종시에서 추진하는 KTX세종역 신설 문제다.

KTX세종역 신설은 세종시가 지역구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약 사업이다. 여당 대표의 공약사업이라는 점에서 세종역 신설을 반대하는 충북도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현재 충북은 KTX오송역 인근에 세종역이 신설되면 오송역이 쇠퇴한다는 이유로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이웃 지자체간 갈등의 골만 깊어지고 봉합이 요원해 질 수 있어 우려된다.이런 이유에서 세종역 신설에 반대하는 정당한 논리를 펼치며 강공을 펼칠 필요가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베갯머리 송사 방식의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16일 충북도청 국정감사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국회의원이 광역화 사업의 경우 인근 지자체와의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는 조언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안 의원은 충북도가 역점 추진하는 강호축 개발사업에 대해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사업은 광역화 사업 특성상 연관된 지자체들의 강한 공조가 있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충북도 역시 이웃 지자체와 첨예하게 얽힌 이해관계를 공식적이고 딱딱하게 풀어나가기 보다 격의없이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베갯머리 송사처럼 우호적으로 해결하는 지혜가 필요해 보인다. 김진로 지방부 청주주재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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