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당장 제재 완화"를 요구하는 북한과 "비핵화까지 유지하겠다"는 미국 사이에 중재를 시도하고 나섰다. 문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과의 한불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에 왔다는 판단이 선다면 유엔 제재의 완화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더욱 촉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북제재와 관련해선 `완전한 비핵화 확신이 있을 때까지 지속한다`는 게 정부의 공식입장 이었다. 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비핵화 과정에 맞춘 단계적 완화를 추진하자는 제안인 셈이다. 제재 완화를 놓고 북미간의 이견이 워낙 크다 보니 일종의 중재안을 제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은 자신들이 실질적이고 의미 있는 조치를 취했음에도 미국이 제재 완화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리용호 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에서 대북제재 해제를 강력하게 주장한 이래 공세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 7일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방북 때도 제재 해제를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협상을 앞두고도 여전히 `완전한 비핵화 때까지 제재를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최근 중국과 러시아는 물론 한국에도 대북제재를 철저히 지켜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회담을 앞두고 의도된 제스처를 취하는 것인지는 모르지만 강경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 대통령의 `제재완화 중재안`이 통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일이다. 문 대통령의 구상에 대해 마크롱 대통령은 "실질적 비핵화 조치를 할 때까지 대북 제재를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도 프랑스와 다르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북미 간 협상 결과에 따라 가능성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북미가 2차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에 합의를 한다면 문 대통령의 구상도 빛을 발할 수가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제재 완화는 간단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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