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간경변

이계성 대전선병원 소화기센터장 겸 부원장.
이계성 대전선병원 소화기센터장 겸 부원장.
인체에서 가장 크고 복잡한 기관 중 하나인 간은 2500억여 개의 간세포로 이뤄져 있다. 또 체내로 유입되는 독소와 노폐물 해독은 물론 호르몬 대사에 크게 관여하고 있어 몸속의 화학공장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중요한 간에 과음, 만성 B형 또는 만성 C형 간염, 비만, 약물 등으로 인한 간 손상이 계속되면 정상적인 간 조직이 점점 딱딱하게 굳으면서 기능을 잃게 된다. 이를 간경변이라 하며 간 섬유화 또는 간경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증상 다양하지만 초기 발견 힘들어= 간 경변의 증상은 구역, 피로, 복통, 황달, 혈변, 복수(배에 물이 차는 증상), 식욕부진, 복부팽만 등 매우 다양하다. 하지만 간은 질환이 발생해도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장기이기 때문에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다가 간경변으로 진단받았을 땐 이미 시간이 경과됐을 확률이 크다. 지방간과 간암 등 다른 간질환을 일찍 발견하기 힘든 것과 같은 원리다.

간경변을 판정하기 위한 기본적 단계는 혈액을 통한 간기능 검사가 있다. 이 검사로 ALT, AST 수치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검사 결과와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고려해 간경변을 의심할 수 있다. 환자 상태에 따라 추가 검사로 생검(세포나 조직 일부를 떼어내는 검사법), 내시경, 동맥촬영술, CT촬영 등을 시행하기도 한다.

◇간이식이 유일한 완치법= 간경변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간이식이 유일한 완치법이다. 치료 목적도 간이 더 이상 손상되는 것을 막으면서 합병증을 방지하고 증상을 완화하는 데에 있다. 그러나 간이식을 받지 않아도 간염 등 원인질환 치료,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증상을 완화하면 무리 없는 일상생활을 바라볼 수 있다.

만성 B형 또는 만성 C형 간염에 의한 간경변은 항바이러스 치료로 개선할 수 있다. 또 간경변 발생에 알코올이 영향을 미쳤다면 먼저 금주를 해야 한다. 특히 금주는 간경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요인이 무엇이든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이밖에 비만 등 비 알코올성 간질환, 간경변인 경우엔 생활습관 개선, 운동 등으로 체중을 감량하면 간 섬유화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간경변으로 심한 통증을 느낄 때는 무통주사를 맞을 수 있다.

◇대표적 합병증= 간경변은 그 자체로 사망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간암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대한간학회에 따르면 B형 간염과 C형 간염은 간암 원인의 1, 2위를 차지했는데, 각각의 원인인 B형 간염 바이러스와 C형 간염 바이러스는 간에 지속적으로 손상시켜 간경화를 유발할 위험이 높다. 식도정맥류는 간정맥 압력이 상승, 혈액이 간으로 오지 못한 채 식도로 몰려 식도 정맥 크기가 늘어나고 부풀어 오르는 현상이다. 상부 위장관 내시경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으며, 피를 많이 토하거나 흑색변 배설이 일반적 증상이다. 주로 약물이나 내시경을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

복수는 체액의 기능 이상으로 복부에 액체가 차는 증상이며 흡수되는 림프액보다 생성되는 림프액이 많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안정을 취해 체내 대사를 조절하거나 염분과 나트륨을 제한하는 식이요법을 시행한다. 그러나 증상이 심해지면 복부팽창, 호흡곤란, 세균성 복막염이 발생할 수 있어 복수를 제거하는 치료를 한다. 주로 이뇨제를 처방하는데, 일상에 큰 지장을 느낄 정도로 복수가 자주 차거나 배가 커지면 바늘로 복수를 배출한다.

또 간성뇌증(간성혼수)은 피가 간에서 해독되지 못한 채 뇌혈관으로 들어가 신경학적 이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간 기능이 심하게 저하돼 피에 있는 여러 독소를 제거하지 못해 발생하는데, 암모니아가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행동 변화, 의식 장애 등이 나타나며 증상 치료를 위해 장 청소, 약물 복용 등의 방법을 이용한다.

◇예방접종, 정기 검사 등 중요= 간경변 등 간에 생기는 질환은 초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질병을 예방하거나 조기 발견을 위해서는 B형 간염 백신 접종, 정기적인 간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C형 간염 백신은 아쉽게도 현재까진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또 특징적인 증상 중 여러 가지가 한꺼번에 느껴지면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인 좋다. 특히 과음은 간을 혹사시키기 때문에 간경변 예방을 위해서는 금주가 중요하다. 이밖에 지방은 간 건강을 악화시킬 위험이 높아 규칙적인 식이습관과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박영문 기자

도움말= 이계성 대전선병원 소화기센터장 겸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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