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늘어나는 간견변증

그래픽=김현민
그래픽=김현민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장기인 `간`은 여러 가지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단백질, 당, 비타민 등 영양분을 처리하는 것은 물론 지방과 지용성 비타민의 흡수를 돕는 담즙을 생산하고 인체의 독소를 제거하기도 한다. 간경변증은 이러한 역할을 하는 간이 바이러스나 음주, 비만, 약물 등으로 생긴 만성적인 상처와 염증에 의해 정상 구조가 뒤틀리고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간경변증 환자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3년 9만 5719명이었던 간경변증 환자는 2014년 9만 6932명, 2015년 9만 9362명에서 2016년 10만 3350명, 2017년 10만 3205명에 이르고 있다.

특히 여성보다는 남성에서 조금 더 많은 간경변증 환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남성 환자는 6만 8621명으로 여성(3만 4584명)보다 3만 4047명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연령별로는 남성의 경우 50대(2만 4750명)가 가장 많았으며 60대(2만 873명)와 40대(1만 1134명)가 뒤를 이었다. 여성의 경우에는 1만 675명의 환자 수를 기록한 60대가 가장 높은 비율(30%)을 차지했다. 뒤를 이어 50대(9827명), 70대(7468명) 등 순이었다. 특히 대전에서는 매년 3000명 이상의 간경변증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대전에 위치한 의료기관을 찾은 간경변증 환자는 2013년 3376명, 2014년 3616명, 2015년 3688명, 2016년 3666명, 2017년 3580명 등이다.

간경변증은 만성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 과도한 음주, 비만, 간 독성 물질의 사용 등으로 간의 염증상태가 지속되는 경우에 발생한다. 국내 간경변증 환자들의 원인 질환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만성 질환이 48-70%로 가장 많고 알코올성 간경변증, C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한 경우가 많다. 먼저 B·C형 간염 등 만성 바이러스성 간염은 간경변증을 일으키는 주된 원인이다. 만성 간염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간염 바이러스는 간세포 내에서 염증을 일으키고, 결국 손상과 파괴를 유발시켜 간경변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증가한다. 전체적으로 만성 C형 간염에서 10-15% 정도, 만성 B형 간염의 5-10%에서 간경변증으로 발전한다.

과다한 알코올섭취 또한 간경변증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특히 여성은 남성보다 적은 양의 알코올 섭취에 의해서도 간질환이 발생한다. 같은 양을 마셔도 여성에서 알코올 혈중 농도가 더 높고 남성만큼 빨리 알코올을 대사시키지 못해서 더 오래 체내에 남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간에서 아세트 알데하이드와 같은 독성물질로 변환돼 염증과 조직손상을 일으킨다. 손상된 간은 지방을 형성하는 화합물인 지방산을 분해 할 수 없어 간에 지방이 축적되고 결국 섬유화가 진행돼 간경변증으로 발전하게 된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자가면역질환, 혈색소 침착증 및 철분과다 등도 간경변증의 원인으로 꼽힌다.

간경변증 증상은 병의 진행정도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초기에는 만성 간질환에서 비특이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피로, 식욕부진과 구역질, 복부 불쾌감 등이 있지만 이러한 증상은 간질환에서만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므로 증상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후기에는 눈과 피부에 황달이 생기거나 피부의 거미모양 혈관종, 손바닥 홍반이 생길 수 있다. 간경변증으로 인한 간 기능의 저하는 간 뿐만 아니라 소화기, 순환기, 내분비 계통에 영향을 미치며 간에서의 호르몬 대사이상으로 인해 남성은 여성처럼 유방이 커지거나, 고환이 작아질 수 있으며 여성은 월경이 불규칙해지기도 한다.

이태희 건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경변증이 무서운 이유는 바로 간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있다"며 "해법은 한시라도 빨리 병을 인지하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 간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경변증 환자의 경우 연 2회 이상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 및 혈액검사를 통해 간암으로의 진행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며 "또 6개월마다 정기적으로 간암표지자 검사와 영상검사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박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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