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숙면하고 나면 아침에 세상이 달리 보인다. 시력도 좋아지고 정신이 맑아지고 피부도 매끈하다. 유리창에 눈부신 가을 햇살이 가득하고 새소리라도 들리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일의 부담 없이 휴일 아침을 이렇게 맞는 날이 살면서 얼마나 될까.

인류는 오랜 세월 동안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생활을 해왔다. 전쟁 중에도 밤에는 숙영해야 했다. 전구를 발명하고 야간 활동이 늘면서 밤에도 일하는 것이 근면의 표상이 되었다. 한때 학생들은 네 시간 자면 합격한다며 잠을 억지로 줄이려고 했고 수업 중에 졸면 이유를 묻지 않고 벌을 받았다. 경쟁 사회에서 잠 잘 수 있는 권리는 무시되고 잠은 소외됐다.

`피로 사회`를 넘어 과로하고 있는 우리 사회는 잠에 인색하다. 잠에 대한 편견이 심하다. 잠이 많으면 게으르다 하고, 잠자는 것을 낭비로 여긴다. 이러한 잠에 대한 인식 때문에 잠이 부족한 사회가 됐다. 먹고살기 위해서라면 `낮에 자고 밤에 머리를 빗는 것`도 자연스럽게 여긴다. 그러다 보니 수면 부족으로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졸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일터에서 다치거나 목숨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한데도 수면 부족에 대한 이해나 경각심이 없다.

질적, 양적으로 잠이 부족하면 나쁜 감정에 빠져들기 쉽고 공감능력이 감소하고 일에 집중하기 힘들고 상황을 오해하고 성급히 결정하고, 뇌질환 등 여러 질병이 생길 수 있다. 프란츠 카프카는 우리가 성급해서 낙원에서 쫓겨나고 조급해서 낙원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말했는데, 수면 부족으로 성급해져서 낙원에서 추방된 것도 같다.

졸다가 머리를 책상에 부딪고 광대뼈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하고 나서 잠의 가치를 발견한 어떤 이는 잠 전도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잠을 좀 더 자면 성공할 것이라며 잠을 보약처럼 권하고 있다. 숙면해야만 뇌척수액이 뇌세포 사이에 쌓인 노폐물을 청소해서 온몸이 건강하다고 한다. 잠은 중요한 생명 활동이며 삶의 소중한 일부다. 잠은 거룩한 휴식이고 행복과 영감의 원천이다. 밤엔 불 끄고 되도록 일찍 자자. 그러면 다음 날 더욱 행복해지리라.

권덕하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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